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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해야 할 일이 많거나 심야 영화를 보거나 게임에 빠져 한번쯤 밤샘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한히 활동할 수 없는 인간은 피로가 누적되면 뇌 활동을 회복하기 위해 생리적 의식상실 상태인 수면에 빠진다. 수면 부족은 건강을 악화시키고 며칠만 수면이 부족해도 집중력 저하와 인지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그리고 며칠간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결국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 뉴스 미디어 ZME Science가 "실제로 수면 부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1963년 12월 고등학교 자유 연구에서 "수면 없이 가능한 한 오랜 각성상태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테마로 2명의 소년이 연속해서 몇 시간 깨어있을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당시 17세 랜디 가드너는 11일 25분 동안 한숨도 자지 않는 것에 성공해, 연속 불면 시간 세계 최장기록을 세웠다. 

당시 신문 기자가 가드너에게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 물었더니, 가드너는 "그저 계속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록 달성 50년 이상 지난 시점에 가드너는 "(당시) 수면 부족으로 인지 장애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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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너의 기록은 50년 이상 깨지지 않고 있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위원회는 건강상의 위험을 이유로 연속 불면 시간 세계기록 도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2012년에는 ‘UEFA 유로 2012’의 모든 축구경기를 관람하려고 가드너의 기록과 같은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은 26세 중국인 남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사례는 수면 부족 자체가 사망 원인은 아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에 따르면 현지 의사는 "이 남성은 지병 없이 건강했지만, 깨어있는 동안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 것이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장시간 깨어있기 위해 담배와 알코올을 섭취하고 카페인 및 각성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약물 다량 섭취가 사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면 부족 자체가 사망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현시점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수면 부족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앞선 연구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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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신경 과학자인 매튜 워커 박사는 1시간의 수면 부족조차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여름철 1시간의 수면 손실로 심장 발작 위험이 24%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워커 박사가 2018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에 지장이 생겨 외로움을 느끼고 불안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게 된다. 그는 “이러한 건강상의 위험은 하루에 15개피씩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치명적이며, 건강한 사회관계를 가진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무려 50%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수면 부족이 건강에 나쁜 이유는 하룻밤의 철야만으로도 혈압을 상승시키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이 저하되고, 면역 기능 및 체온 유지 기능도 떨어진다. 이는 뇌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지능력, 특히 단기기억·주의력·멀티태스킹 실행 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은 성인은 1일 7~9시간, 어린이는 1일 10~11시간의 수면을 권장하고 있다. 2020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6시간 수면이 계속되면 뇌가 밤샘을 하는 경우와 동일한 반응을 보인는 것으로 확인됐다.
 
ZME Science는 "수면 부족만으로 목숨을 잃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로 인해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2017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30분 낮잠만으로도 단백질과 호르몬 수준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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