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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는 것은 생후 1년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이전의 유아는 '아'와 '우' 등 의미 없는 소리를 낸다. 

표정이나 말투로 감정을 짐작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기가 말을 못한다고 해서 어른이 아기에게 말을 거는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미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아기가 비록 대화를 할 수는 없어도, 어른이 말을 걸면 뇌 회로에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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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영아에게 거는 말이 발육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로 했다. 우선 연구팀은 생후 5~8월 영아 99명을 대상으로 '대화의 양을 측정하는 착용할 수 있는 장치'를 장착시켜 모든 영아에 대해 최소 8시간 이상 가까이에서 말을 걸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기초로 각각의 영아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주위 어른들과의 대화에 참여했는지를 측정했다. 이 연령은 어른이 말을 걸었을 때 소리를 내 응답하거나, 어른의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소리를 낼 수 있다. 

이어 대화량 측정을 끝낸 영아 중 51명을 대상으로 뇌 산소 소비량을 측정해 뇌 활동을 감지하는 fMRI 검사가 이루어졌다. 

스캔 중 가만히 있어야 하는 지시에 따를 수 없기 때문에 연구팀은 유아를 재운 후 뇌를 스캔했다. 뇌 스캔은 아기의 취침 시간에 가까운 시간에 진행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이안 고틀리브(Ian Gotlib) 교수는 "우리가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구를 위한 영아 뇌 스캔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단계를 설정해야했다"고 말했다.

영아에서 얻은 뇌 스캔 데이터 중에서도 연구팀은 '언어 이해와 관련이 있는 측두엽 뇌 영역의 기능적 연결성'에 주목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대화에 참여하는 영아일수록 언어 자극을 처리하는 영역의 신경 네트워크에서 동기화된 활성화가 적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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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의 대표 저자이자 스탠포드 대학 박사 과정에 재학중인 루시 킹은 이번 연구에서 대화량 증가와 측두엽의 기능적 연결성의 저하가 영아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만 연구팀은 접속성이 낮을수록 뇌 조직이 효율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측두엽의 기능적 연결성 저하는 어른과 직접 대화한 영아에서만 확인됐고, 다른 성인이 대화하는 것을 듣고만 있던 영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는 단어를 말하기 전 영아에게도 대화가 뇌 기능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야기를 들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화를 하는 것이 특별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아의 뇌 기능 변화와 이후의 언어 발달과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부모와 아기를 추적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사회적 관계·어휘·정신 병리학적인 징후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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