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영국 늪지대에서 거의 완전한 상태로 발견된 후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온 딱정벌레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4000년 전에 죽은 개체로 밝혀졌다. 

이 딱정벌레가 발견된 것은 1970년대다. 영국 동부에 위치한 캠브리지셔(Cambridgeshire)의 농가가 늪에 잠겨 있던 참나무(oak) 안에서 거의 완전한 상태의 딱정벌레를 발견했고, 외래종 가능성을 우려해 표본을 박물관에 보냈던 것.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atural History Museum

이 딱정벌레는 oak capricorn beetles 종이며, 하늘소 일종(Cerambyx)에 속한다. 온난한 지역에 서식하는 딱정벌레로 현재는 남부 유럽과 중부 유럽에 분포해, 영국에는 서식하지 않는 종이라고 여겨져 왔다. 

당시 생태계에 큰 위협은 아니지만 외래종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런던자연사박물관은 딱정벌레를 지금까지 보관해 왔다. 

아래 사진이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딱정벌레 표본이다. 두 마리 모두 엄지손가락 정도의 크기이며, 긴 더듬이와 다리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기증을 받은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박물관의 맥스 버클리 큐레이터는 미국 연구팀과 함께 표본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실시했다. 딱정벌레는 참나무 조각과 함께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식물과 동물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측정 결과, 딱정벌레와 나무는 3785년 전 것으로 판명됐다. 버클리 큐레이터는 "이 딱정벌레는 영국 튜더왕조와 로마 제국 시대보다 오래됐다. 이집트에서 파라오가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시기에 이 벌레는 나무 내부를 갉아 먹고 있었다. 매우 흥미롭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이 딱정벌레가 과거에 기후가 더 온난했던 시기 영국에서 서식했으나 그 후 한랭화에 의해 영국에선 멸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