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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생물학자들이 간단한 속임수로 육식 동물의 공격에서 멸종 위기 조류를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남서태평양 도서국가인 뉴질랜드에는 멸종위기 활코물떼새(Anarhynchus frontalis)와 준 멸종위기 두줄꼬마물떼새(Double-banded Plover)를 비롯한 다양한 희귀 도요물떼새(shorebird)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과 함께 섬에 온 고양이·여우·족제비 등 육식 동물로 인한 개체수 급감으로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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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는 원래 대형 육식성 조류 등이 서식하고 있어, 도요물떼새는 바위와 바위 사이에 교묘하게 둥지를 숨기고 알과 둥지를 토종 포식자로부터 지켜왔다. 그러나 인간이 들여온 외래종 육식동물은 냄새만으로 쉽게 도요물떼새의 둥지를 찾아낸다. 그동안 도요물떼새가 진화로 습득한 대항 수단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침략적 외래종으로부터 재래종을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외래종 포획 등이 있지만, 이러한 방법은 재래종 보호에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이에 호주 시드니대학 생물학자들은 닭·메추라기·갈매기에서 '새 냄새'를 추출했다. 그리고 바셀린 등으로 합성해 인공 새 냄새를 제작한 후 뉴질랜드 바위에 도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이 진행된 시기는 도요물떼새들이 뉴질랜드에 없는 계절이었기 때문에, 이 실험은 실재하지 않는 먹이 냄새를 이용해 육식 동물을 속이는 일종의 '페이크 뉴스'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 야생 고양이나 족제비 등 외래종 포식자가 빈번하게 바위에 다가와 헛스윙을 반복하는 모습과 잇따른 실패로 동물들이 점차 바위에 오지 않는 모습이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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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후 도요물떼새의 번식기에 바위 주변 둥지를 조사한 결과, 연구팀이 새 냄새를 살포한 바위는 일반 바위와 비교해 육식 동물이 파괴한 둥지 수가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새 냄새를 살포한 바위 근처는 부화 성공률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바위의 1.7 배까지 증가했다.

논문 저자인 시드니대학 피터 뱅크스 교수와 캐서린 프라이스 박사는 "계산상 이러한 속임수로 향후 25년간 도요물떼새 개체수를 75%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개체수는 4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속임수 전략이 약탈자를 포획하는 기존 방법으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의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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