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일류 게임 기업 강조 넥슨…피해 유저들의 불편한 시선

ⓒ데일리포스트=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중심 넥슨의 이정헌 대표가 재선임됐다.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넥슨이 세계 시장에서도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한 경쟁력 강화, 새로운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겠습니다.” (넥슨 이정헌 대표 주주총회 연임 인사말 中)

지난 29일 넥슨코리아는 주주총회를 통해 이정헌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재선임 결정에 따라 이정헌 대표는 오는 2024년 3월까지 3년 더 넥슨코리아 사령탑을 지휘하게 됐다.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는 이날 넥슨을 세계 초일류 게임사로 성장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여기에 최근 논란이 됐던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태를 염두한 듯 이용자들에게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대표의 연임을 승인한 주총은 이 대표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신규 모바일 게임 흥행을 성공시키며 체질개선을 이뤘다며 재선임의 변을 밝혔다.

여기에 국내 매출을 105% 증가했으며 연결기준 모바일게임 매출의 경우 89% 증가해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이 22%에서 33%로 확대하는데 큰 견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넥슨의 국내 시장 지배력의 바탕에 이정헌 대표의 공격적이면서도 전략적 경영의 노하우가 성장의 배경이 됐다는 취지가 물씬 느껴지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이 대표가 인재경영을 모토로 우수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조직의 결속력을 탄탄하게 다지는 등 내부적으로도 안정적인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부연도 추가했다.

넥슨 주총에서 이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 핵심은 105%에 달하는 국내 매출과 33% 규모의 전체 매출 상승세를 꼽았다. 매출 수치상으로만 보면 앞으로 3년 더 연임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인 넥슨이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는 진짜 동력인 이용자들을 철저히 기만했다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주총은 외면하고 있다는 불편한 심기가 엿보인다.

세계 초일류 게임 기업을 지향하겠다고 공언한 이정헌 대표의 연임 인사말이 불편한 대목이다. 기록적인 매출과 기업을 성장하는데 기인한 이 대표가 연임한 것은 회사 실적을 감안할 때 충분히 공감하지만 넥슨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된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허상(虛像)인 ‘확률형 아이템’ 사기를 감안할 때 이 대표의 연임을 바라보는 유저의 입장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주총이 사회적 이슈화 된 ‘확률형 아이템’ 사건에도 단순히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이정헌 대표 연임을 결정했는지 여부에 대해 <데일리포스트>가 문의를 했다.

넥슨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넥슨의 게임 전체 아이템 공개를 약속한 만큼 더 이상 유저들이 실망하는 문제점은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 연임의 결정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답했다.

실제로 넥슨은 게임이 아닌 도박 수준에 가까운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태 이후 그동안 꽁꽁 감췄던 아이템 확률을 공개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물론 넥슨의 이 같은 약속에도 대다수 유저들은 여전히 불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표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넥슨의 입장에서 보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만큼 가장 시급한 신뢰 회복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한 듯 논란의 불씨를 키웠던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을 공개한데 이어 ▲마미노기영웅전 ▲파파온라인4 등 인기 게임의 확률 정보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돌아선 유저들의 불신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넥슨은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 14일 유저 대상 간담회까지 개최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번 ‘확률형 아이템’ 사태가 워낙 매머드급 수준에다가 설상가상 사령탑이던 이정헌 대표가 3년 더 연임한 것을 놓고 신뢰 회복의 진정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피해를 호소한 한 유저는 “막대한 현질로 큰 손실을 본 다른 유저들과 달리 몇십만 원 수준의 아이템 비용을 소비했지만 이번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건을 보며 분노한 게이머 중 한명”이라며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전체 게임 업계의 지각변동의 촉매제가 될 만큼 큰 이슈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회사의 대표가 연임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유저는 “자신(이정헌 대표)이 경영 책임자로 재직하면서 불거진 사건인 만큼 피해 유저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해야 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 재선임을 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확률형 아이템 등을 통해 회사의 매출을 올린 대가로 대표이사 연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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