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게임에서 일정 금액을 투입하면 무작위·우연적 확률로 아이템이 지급되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기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돌릴 때 심리 상태가 도박을 할 때와 매우 흡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게임에 사용할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뽑기'를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영어로는 랜덤박스(random box) 또는 루트박스(loot box), 일본어로는 가챠(ガチャ)라는 용어로 사용한다. 

이 방식은 우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탓에 등장 초기부터 사행성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도가 지나치면 게임을 도박으로 변질시킬 가능성이 있고 지나친 사행성 조장으로 이어져 업계의 근간까지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벨기에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기존 연구 13건을 도박중독자가진단(PGSI:Problem Gambling Severity Index)으로 분석한 결과, 13건 중 12건에서 도박 중독과 확률형 아이템의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영국 플리머스 대학과 울버햄프턴 대학 공동 연구팀은 "확률형 아이템은 구조적·심리적으로 도박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거의 40%가 확률형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 총매출액(7억 파운드)의 절반은 불과 5%의 그룹에 의해 만들어진다. 또 5% 그룹의 약 3분의 1 정도가 도박 중독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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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리처드 홀든(Richard Holden) 하원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최대한 빨리 규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정신건강부문의 클레어 머독 국장도 "아이를 도박 중독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는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자선업체 '갬블어웨어'(GambleAware)가 위탁한 것으로, 최근 영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갬블어웨어의 조에 오스몬드(Zoë Osmond) CEO는 "도박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일상생활 속 일부가 되어 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명확한 라벨링 ▲연령등급 ▲확률 공개 ▲자발적인 지출 제한 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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