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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미국의 경쟁력은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美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발언)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폐쇄와 미중 갈등 등의 요인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은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포드·제너럴 모터스(GM)·피아트 크라이슬러(현 스테란티스)·폭스바겐·혼다·현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품귀 현상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이미 자동차 업계가 감산과 공장 폐쇄 등의 조치에 돌입했지만, 전문가들은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美반도체 투자 요청에 인텔 통큰 화답 

이런 가운데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쇼티지'(shortage·공급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이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2일(미국 현지시간·한국 기준 13일 새벽) 주재한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직후 나온 결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반도체 투자를 촉구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을 막는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인텔은 자체 생산설비를 통해 6개월~9개월 후를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과 유럽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컴퓨터 및 게임기에 탑재되는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에 속한다. 인텔은 주로 PC, 서버용 칩을 생산하지만 이보다 가격이 저렴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참여해 구원투수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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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자체 반도체 생산뿐만 아니라 파트너 칩 생산에 주력하는 새로운 전략 'IDM 2.0'을 내세우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차량용 칩 생산을 위해 설계 관련 기업과 협의를 하고 있다. 또 공장 신설 없이 기존 인텔 시설을 이용해 6개월~9개월 안에 바로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반도체 공장 신설에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 상황의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겔싱어 CEO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전세계 반도체의 3분의 1가량을 미국에서 제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미 주요 부품 공급업체 일부와 계약을 시작했으며 제품 인증에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칩 생산은 미국 내 오리건주·애리조나주·뉴멕시코주를 비롯해 이스라엘과 아일랜드 공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 삼성, 車반도체 생산 부담 커져 

한편, 인텔이 생산시설 일부를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 투입하겠다고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인텔의 빠른 화답이 나온 이상 삼성 내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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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구식 공정에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설 투자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상황이어서 어떤 방식이든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백악관의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오스틴 공장 가동률을 높여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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