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하품 따라할 확률 139배↑
하품과 행동 모방으로 유대감 및 결속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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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주변 사람이 하품을 할 때 따라서 하게 되는 경우를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하품 전염은 실제로 자주 일어나며, 하품을 따라하는 것은 5세부터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개·고양이 등의 포유류와 잉꼬를 비롯한 조류도 하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연구에서 '사자의 하품'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하품을 하면 "졸리다" "심심하다" 등의 인상을 주기 쉽지만, 실제로 "인간은 왜 하품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가령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생리적 기능으로 우리의 몸을 휴식에서 각성으로 전환시킨다는 설과 몸의 체온이 급상승하면 압력이 올라간 뇌 온도를 낮추기 위해 하품을 한다는 설 등이 존재한다. 

이 외에 특정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하품이 전염되는 현상은 특정 그룹의 집단행동을 촉진한다는 설도 있다. 앞선 연구로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하품이 전염되기 쉽고, 자폐증 경향이 있는 아이는 하품 전염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피사 대학 동물행동학자인 엘리사베타 팔라기(Elisabetta Palagi) 박사 연구팀은 "사자들도 동료와의 유대 강화 수단으로 하품을 따라 하며, 이를 통해 집단 결속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동물 행동(Animal Behaviour)'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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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마칼랄리 동물보호구역에서 하이에나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근처에 있는 사자 무리에서 하품이 전염되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자 하품에 관심을 갖게 된 연구팀은 마칼랄리 동물보호구역에 있는 총 19마리 사자 무리를 4개월 동안 촬영했다. 

연구팀은 사자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에서 사자가 하품하는 시간 및 빈도, 하품 전후의 행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자가 자발적으로 하품하는 빈도는 편안한 상태일 때가 많고, 24시간 활동주기와 일치했다. 이는 하품이 졸음과 각성 사이를 전환하는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목할 사실은 다른 개체가 하품하는 모습을 본 사자는 3분 이내에 하품을 따라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39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것이 사자들도 하품 전염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량적 분석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하품을 따라한 사자에게선 모방 행동도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른 사자가 하품하는 모습을 본 개체는 하품 이후의 행동까지 흉내 낼 확률이 11배나 높다. 예를 들어 사자 A가 하품을 하고 일어나거나 돌아다니면 그 모습을 본 사자 B도 하품을 하고 일어나거나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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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기 박사는 "하품의 전염은 무리의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자는 무리 속에서 협력하며 사냥을 하거나 새끼를 키우기 때문에, 이러한 모방 행동은 조직력 강화와 유대감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팀에 따르면 하품은 생리적·심리적 상태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사회적 집단 속의 개인이 '일종의 내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동료에게 전하는 수단일 가능성도 있다.

팔라기 박사는 "하품은 일상적인 행동이면서 매우 신비로운 행동의 하나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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