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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규제개혁상이 지난 18일 "미국 화이자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의 추가 공급을 약속받았다"며 "9월까지 백신 접종 대상 일본인 모두에게 투여 가능한 분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화이자 백신 개발 단계인 작년 7월 6000만명분 선구매에 이어 올해 1월 1200만명분을 추가 계약해 연내 1억4400만 회분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방미 중인 지난 17일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전화통화를 갖고 백신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은 "17일 방미 중인 스가 총리가 화이자 CEO와 직접 통화해 화이자 추가 확보에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로 16세 이상을 모두 맞힐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논란에 이어 미 보건 당국이 최근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3차 접종(부스터 샷)'을 검토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스가 총리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백신 물량 확보와 관련, 한국 정부의 무능과 대비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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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의 실제 접종 현황은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19일 기준 1차 접종자 기준 한국은 2.9%(151만2503명), 일본은 0.9%(117만5324명)에 그친다. 1차 접종률 0.9%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른다.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지지율이 반 토막으로 하락한 초초함 때문이었을까? 이번 화이자 백신 추가 공급은 실질적으로 합의했다는 두리뭉실한 표현만 있을 뿐, 합의한 구체적인 수량도 공급 시기도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내 원활한 백신 수급이 정권 지지율 반등의 핵심이자 도쿄올림픽 성공의 열쇠라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이에 일본 정부는 5~6월이면 매주 1000만 회분의 화이자 백신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여론을 진화하는 모양새다. 

현재 일본에서 승인된 백신은 화이자 하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는 일본에서의 임상시험 데이터가 고르지 않아 아직 미승인 상태이고,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을 유발 사례 등으로 실제 접종이 가능한 시기는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의 계획처럼 일본 백신 접종 속도가 실제로 순조로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타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은 20일 참의원 후생 노동위원회에서 화이자 백신 추가 공급에 관해 "합의서를 체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이 3차 접종까지 확정한다면 각국의 백신 수출통제 움직임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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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모든 성인이라면 누구나 오늘부터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며 "우리는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이미 인구의 두 배에 이르는 6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미국은 가을 이후 시작될 3차 접종을 위해 물량을 더 비축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한편 올림픽을 채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일본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일째 4000명을 돌파하는 등 최근 감염이 빠르게 재확산되고 있다. 오사카(大阪)는 긴급사태 선언 발령 요청할 방침이며, 도쿄(東京) 역시 이번 주 내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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