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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중학교 2학년인 김모군은 최근 친구들이 본인의 카카오톡에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속상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 친구들과는 주로 카톡으로 대화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도 본인의 말에 답을 하지 않았던 것. 

어느 날 다른 친구가 "너를 빼고 카톡방을 따로 만들었다"며 그간의 카톡 내용을 보여줬다. 김모군은 한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카톡방에서 자신을 비하하고 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이버 학교 폭력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연령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 ’2020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초등학생 25.8% ▲중학생 18.1% ▲고등학생은 14.7% 순이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초등학생의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이 중·고등학생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물리적인 방식이 주를 이루던 기존 왕따 문화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지능적인 괴롭힘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 중독 상태에 있는 청소년은 사이버 폭력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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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 대학 아만다 지오다노 박사 연구팀은 13~19세 미국 청소년 42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이 대상자들의 인터넷 이용 실태 및 사이버 폭력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 이용 시간이 긴 청소년일수록 사이버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상자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7시간 이상으로 최대 하루 12시간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조사로 확인된 사이버 폭력은 ▲인신공격 ▲성희롱 ▲차별 행위 ▲명예 훼손 ▲개인 정보 확산 ▲커뮤니티 상의 사회적 배제 ▲온라인 스토킹 등 다양한 형태였다. 

지오다노 박사는 "익명으로 무기로 온라인에서 사이버 폭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사이버 폭력의 무서운 점은 일반적인 괴롭힘과 다르게 자신이 행한 행동이 어떻게 사람을 다치게 하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잘못을 느끼고 반성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또 하루의 절반을 인터넷이나 SNS에 소비하는 상태에 대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을 때도 그것을 갈망하고 본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멈출 수 없다면 중독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밤샘 때문에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가족과 충돌하고 후회도 하지만 여전히 소셜 미디어를 끊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조사에서는 '소셜 미디어 중독 경향이 높은 것'과 '인터넷 이용 시간이 긴 것' 외에도 '남성'이라는 점도 사이버 폭력 관여를 예측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격적인 행동은 남성이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뭔가가 일어나기 전에 소셜 미디어 중독을 위한 대처에 나서는 것이 사이버 폭력 방지에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오다노 박사는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학교 삼담 등을 통해 집단 따돌림을 목격했을 때 소셜 미디어와의 관계도 함께 조사해, 중독에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게임과 소셜 미디어 중독 위험성을 교육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 앞으로 사이버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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