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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엔지니어와 신경생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뇌에 삽입한 무선장치로 실험쥐의 뇌를 자극해, 다른 개체와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가시키는데 성공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ature Neuroscience

인간의 뇌는 1000억 개가 넘는 뉴런(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복잡한 시스템이며, 외부에서 특정 신경세포와 영역을 선택해 조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광유전학(optogenetics)이다. 

광유전학은 광학과 유전자 공학이 융합된 연구 분야로, 빛으로 세포 내 단백질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2005년 스탠퍼드대 칼 다이서로스 교수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이 시초다. 

그동안 실험을 위해 생쥐에 약물을 적용하거나 전기봉을 뇌에 직접 삽입해 왔던 과학계는 안전하게 타깃 세포에만 정확히 작용하는 새로운 기술인 광유전학에 주목하고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 신경생물학자인 예브게니아 코조로비츠키(Yevgenia Kozorovitskiy) 교수는 "마치 SF처럼 들리겠지만 광유전학은 놀랍고 유용한 기술이다"라고 언급했다. 현시점에서 광유전학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승인되지 않은 상태지만, 향후 실명 또는 마비 치료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광유전학은 뇌 활동 연구에 매우 유용하지만, "뇌 신경세포에 빛을 조사(irradiation)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기인한 제한이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쥐의 뇌에 연결해 빛을 조사하는 광섬유(optical fiber)는 와이어를 통해 외부 광원과 연결된다. 

이 상태에서 한 마리의 쥐를 검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몇 마리의 쥐가 상호 작용하는 환경에서는 각각의 와이어가 쥐 움직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실험에서 관찰되는 쥐의 움직임도 실제와 다를 가능성이 있는 것. 

이에 무선 웨어러블 기술 전문가인 존 A 로저스 교수 연구팀은 피부의 안쪽과 두개골에 삽입할 수 있는 얆은 무선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두께가 불과 0.5mm이며, 선단에 LED가 탑재된 부드러운 실 같은 부품이 탑재되어 있다, 

첨단 LED 조명으로 표적 신경세포에 빛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4가지 색상(파란색·녹색·노란색·빨간색)을 방출하는 LED로 4종의 신경 회로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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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장치는 스마트폰 전자 결제에 사용되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통신한다. 연구원은 LED 조명의 점등을 실시간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주변 안테나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도 필요 없다.

개발한 무선장치의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코조로비츠키 교수는 쥐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광유전학으로 제어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의사 결정 및 기타 복잡한 행동과 관련된 뇌의 일부인 전두엽 피질을 표적으로 삼았다. 

실제로 연구팀이 밀폐된 상자에 장치를 장착한 쥐를 넣고 고차 실행 기능에 대한 뇌 영역 활성화를 동기화한 결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빈도와 시간이 증가했다. 또 이를 멈추면 사회적 상호작용은 즉시 감소했다.

쥐는 신경세포가 동기화된 동료와 더 자주 접촉하고 냄새를 맡았다. 이번 발견은 이러한 종류의 동기화가 사회적 행동, 특히 협력적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이전 연구를 뒷받침한다. 

실험을 진행한 코조로비츠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경 동기화가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설에 대한 직접 실험의 첫 결과"라며 "이러한 연구를 통해 얻은 신경계에 대한 통찰력은 인간에게 더 나은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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