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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유독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령 밥 먹을 때 ‘쩝쩝’ 거리는 소리, 껌을 씹는 소리, 거친 숨소리 등 특정한 소리에 강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미소포니아(misophonia)'라고 한다.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 혹은 '청각과민증'이라고도 불린다.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소음에 강한 부정적 감정과 분노, 불안을 느끼는 미소포니아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끄러운 소음에 민감해 하는 것이 아닌, 보통 사람이라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소리에 반응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주변인에게 숨기기도 한다. 

미소포니아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으며 원인과 치료 관련 규명도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자들은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 왔지만 상세한 발생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았다.  

최근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뉴캐슬 대학 연구팀이 "미소포니아를 앓는 사람은 안면 운동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일반인보다 강하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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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 대학 생명과학연구소의 수쿠빈더 쿠마르(Sukhbinder Kumar) 박사 연구팀은 미소포니아의 원인이 타인의 움직임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거울 신경(Mirror neuron) 시스템'에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가령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서 쩝쩝거리면, 본인은 실제로 먹지 않는데도 입을 움직이기 위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소포니아 증상을 일으키는 소리 대부분이 '얼굴 움직임'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뇌와 척수의 혈류 역학 반응을 시각화할 수 있는 fMRI를 사용해 약 40명의 미소포니아 환자와 대조군 33명의 신경 활동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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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미소포니아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에 청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인 '청각 피질'(auditory cortex) 활동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미소포니아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안면 운동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소포니아는 "소리에 대한 뇌 반응 때문이 아닌, 소리를 내기 위한 운동 시스템에 의한 것"이며 "본인이 예민하게 느끼는 특정 소리가 타인의 운동을 전달하는 정보 매체의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쿠마르 박사는 "미소포니아가 거울 신경 시스템 때문이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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