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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병원식(食)은 영양 밸런스와 칼로리가 완벽하게 계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많은 입원 환자들이 원내에서 제공되는 식사를 절반 또는 그 이하로 섭취하고 있는 데다 원내 영양관리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병원식에 의한 영양부족 문제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스위스에서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을 통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영양 식단에 비해 병원식은 "30일 이내 사망할 위험을 1.7배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발표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2021.05) 

입원 환자에게 제공되는 병원식은 먹기 편하도록 재료를 잘게 자르거나 익히는데, 조리 과정에서 많은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다. 또 식욕 저하로 충분한 양을 섭취할 수 없는 환자가 많고, 결과적으로 입원 중 영양과 칼로리 부족으로 이어지기 쉽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0% 이상의 환자가 입원 중에 영양결핍에 걸릴 위험을 안고 있으며, 실제로 회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성인 입원환자 3명당 1명은 영양결핍이라는 연구 결과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Journal of Parenteral and Enteral Nutrition (2019.01) 

이에 스위스 연구팀은 병원식이 입원 환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만성 심부전으로 입원한 64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만성 심부전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전신의 혈액순환이 나빠지며 산소부족을 초래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만성 심부전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며 예후도 매우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에서는 입원한 만성 심부전 환자를 무작위로 분류해, 한 그룹은 입원 후 2일 이내에 공인 영양사가 환자의 영양 밸런스를 고려한 식사를 제공했다. 

영양사는 칼로리와 단백질, 영양소 섭취 목표를 설정한 식단을 만들고 1~2일마다 검사를 진행해 영양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또 퇴원 시에는 필요에 따라 식사요법과 관련한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영양 보조 식품을 제공했다. 한편, 대조군인 다른 그룹에는 입원한 병원의 일반적인 병원식이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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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10일이었다. 실험 결과, 입원 후 30일이 지난 시점에서 영양사가 개입한 환자 321명 중 27명(8.7%)이 사망한 반면, 병원식을 제공한 대조군 환자는 324명 중 48명(14.8%)이 사망했다. 일반 병원식을 섭취한 환자는 철저한 영양 지원을 받은 환자와 비교해 30일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1.7 배 가까이 높았다. 

이후에도 같은 경향은 이어졌다. 180일이 지난 시점에서 영양사가 개입한 환자의 사망률은 전체의 4분의 1이었지만, 대조군의 환자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입원시 영양 지원이 입원 후에도 장기적으로 환자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영양사가 개입한 환자는 일정 이상의 비율로 퇴원 후에도 영양사의 지시를 따르고 영양에 신경을 쓰는 식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번 실험에서는 병원식의 어떤 점이 문제였는가는 특정되지 않지만, 영양분과 칼로리 부족, 또는 염분 과다 및 지방 과다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지적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단일 영양 성분에 의한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입원 중에 이후의 영양 목표 달성을 위한 전반적인 영양 지원이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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