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포 ‘담륜충’, 수만년 얼어있다가 깨어나 생식활동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다세포 생물 '담륜충'(bdelloid rotifer)'이 과학자의 손에 의해 2만 4000년 만에 되살아났다.
연구팀은 7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다세포 생물이 신진대사를 거의 완전하게 억제한 상태로 수만 년 동안 잠들 수 있음을 시사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토양빙설학연구소(Soil Cryology Laboratory) 연구팀은 시베리아 북동부 알라제야 강 중류, 깊이 3.5m 지점에서 토양 샘플을 수집했다. 회수한 토양에는 얼음이 많은 롬층(Loam)이 포함돼 미생물 발견을 기대했다고 한다.
실제로 샘플에서 아디네타(Adineta) 속(屬) 동물성 플랑크톤 일종인 담륜충이 다수 발견됐다. 담륜충은 휴면생활(cryptobiosis) 상태에 들어갈 수 있으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해동된 담륜충은 정상적으로 움직였으며 무성생식을 통해 후손을 증식하는 생식 활동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에 부활한 담륜충 후손과 현대의 담륜층을 함께 섭씨 영하 15도에서 일주일 동안 얼렸다가 해동해도 살아났다.
연구팀은 "모든 담륜충이 살아남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 자신의 세포와 장기를 보호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끼 및 선충류 등도 수만 년 만에 깨어난 사례가 존재한다. 남극 이끼 줄기가 400년간 동결상태로 있다가 살아났으며, '선충'으로 불리는 회충도 3만여년 된 시베리아 북동부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다세포 생물이 냉동 상태로 갇혀있다 깨어나, 번식까지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이 토양 샘플을 방사성 탄소연대측정법과 가속기 질량분석법으로 측정한 결과, 토양이 동토층에 갇힌 것은 2만 3960년~2만 4485년 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 연구에서 담륜충은 냉동하면 최장 10년간 생존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발견을 통해 수만년 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
논문 공동 저자인 스타스 말라빈 연구원은 "다세포 생물이 냉동 상태로 수천년 동안 보관됐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소설가가 꿈꾸던 일"이라며 "복잡한 유기체일수록 냉동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밀을 규명하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뇌와 신경계를 갖춘 다세포 생물이 이처럼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발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