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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경증이라도 다양한 증상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만성 코로나(Long Covid)' 혹은 '코로나19 장기후유증'이라고 한다. 

만성 코로나는 일반적으로 감염 후 12주 이상 관련 증상이 이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2021년 3월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완치된 이후 사고능력 저하·두통·신체 마비·미각/후각 장애·근육통·현기증·이명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만성 코로나 환자의 각막에 신경 세포 손상 및 면역 세포 증가 등 이변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새롭게 보고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영국안와학회지(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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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코넬 의과대학 카타르(WCM-Q)의 라야즈 말릭(Rayaz Malik) 박사는 만성 코로나 증상이 '신경 세포의 세포체에서 이어진 신경 섬유 손상'에 기인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말릭 박사 연구팀은 "우리는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등 신경 퇴행성 질환 및 당뇨병 환자에서 보이는 신경 섬유의 손상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최근 만성 코로나 환자에서 보고되는 증상이 신경 섬유 손상 환자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신경 섬유는 통증과 체온 등 감각 정보를 전달하거나 근육을 움직이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 섬유의 손상은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진다.  

만성 코로나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과 신경 섬유의 손상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각막 공 초점 현미경(CCM:corneal confocal microscopy)을 이용해 비침습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개월~6개월 전에 코로나19에서 회복한 40명과 코로나19 병력이 없는 30명의 건강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CCM으로 각막 신경 세포를 촬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40명 중 22명에게서 두통·현기증·마비 등 장기 증상이 나타났으며 13명은 감염 후 12주가 경과한 시점에도 증상이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각막 촬영을 통해 각막 내 신경 섬유의 수를 확인하고 섬유 길이와 분기 정도를 평가했다. 각막 신경 섬유의 손상이 보고된 경우 일반적으로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도 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 말릭 박사는 "각막은 몸의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신경 손상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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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섬유 손상을 평가한 결과, 만성 코로나 증상을 경험한 환자는 각막 신경 섬유의 손상이 유의미하게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신경 섬유의 손상 정도는 만성 코로나 중증도와 연관성을 보였으며 손상 정도가 심할수록 만성 코로나 증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 환자와 건강한 실험 참여자의 각막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참여자는 각막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의 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한 참여자와 비교해 만성 코로나를 경험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는 2배, 만성 코로나를 경험한 환자는 5배나 수지상 세포 수가 많았다.

만성 코로나 환자의 각막에서 이처럼 다량의 수지상 세포가 확인된 것은 코로나19 감염 후 면역 프로세스의 작동으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면서 신경 섬유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참여자 샘플 수가 적기 때문에 말릭 박사 연구팀은 향후 실험 대상을 보다 확대해 각막 신경 세포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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