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비분·연와사비’ 표기 위반 ‘덜미’…갓뚜기에 등 돌리는 팬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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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장서연 기자] “오뚜기 창업주의 경영 행보에 감동했던 만큼 실망감도 적지않습니다. 중국산 미역 논란에 일감 몰아주기에 이어 이번 식약처에 적발된 원재료 표기 위반까지 그동안 국민 기업으로 인식했던 오뚜기의 배신에 실망과 함께 분노감이 치밀어 오르고 있습니다.” (직장인 윤OO씨)

지난 3월 국민 기업을 표방하고 나선 오뚜기가 100% 국내산을 강조하며 판매하고 있던 ‘옛날 자른 미역’이 알고보니 중국 미역과 혼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과 국민적 반향이 높았다.

남다른 사회공헌 활동을 경영의 기본 방침으로 내세웠던 오뚜기 창업주 故함태호 회장의 선행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이른바 ‘갓뚜기(GOD뚜기)’라는 수식어와 함께 두터운 팬덤까지 구축했던 오뚜기는 중국산 혼입 미역 사건 이후 굳건했던 신뢰의 벽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창업주 故함태호 회장의 남다른 선행을 제외하고 갓두기로 추앙받고 있던 오뚜기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국민적 사랑과 지지를 얻어낸 덕분에 그동안 10대 재계 중심의 청와대 행사에 특별히 초청되기도 했던 오뚜기의 일탈은 중국산 미역 논란과 함께 일감몰아주기를 통하 사익편취 및 탈세 혐의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동안 ‘선한 기업’ ‘국민 기업’이라는 화려한 포장과 달리 그 이면은 철저한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의 전형적인 탐욕이 숨겨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한 듯 지난 2017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개한 ESG 평가 결과 오뚜기는 지배구조 항목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D’에 머물렀다.

선대 회장의 남모를 선행에서 비롯된 국민적 기업 프레임은 바통을 이은 함영준 회장의 경영 과정에서 깨지기 시작했다.

소위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정설을 깨고 오뚜기는 국민의 기본 밥상에 오르는 ‘미역’을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원산지를 속인 기업으로 낙인찍혔고 설상가상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까지 받은 사례는 그동안 보여왔던 ‘국민 기업’의 행보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오뚜기에 대한 국민의 달라진 시각과 팬덤까지 양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오뚜기제유가 제조·가공하는 ‘와사비분’과 ‘연와사비’가 원재료명 표기 위반해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원료 제품 허위 표시로 적발된 오뚜기 제품 / 식약처 제공
원료 제품 허위 표시로 적발된 오뚜기 제품 / 식약처 제공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겨자무(서양고추냉이)를 사용하면서도 마치 고추냉이(와사비)첨가한 것처럼 허위로 표시한 오뚜기 등 식품제조업체 9곳을 적발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가격이 저렴한 겨자무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고추냉이를 제품에 첨가한 것처럼 제품에 표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단속한 결과 오뚜기 등 9개 업체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행정처분과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위반한 내용을 살펴보면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명 표시 ▲표시기준을 위반한 제품명 사용한 혐의인데 일반적으로 겨자무의 가격은 고추냉이 보다 약 5~10배 가량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업체 중 식품제조가공업체 오뚜기제유 주식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겨자무와 겨자무 분말만 20~75%를 첨가한 ‘와사비분(향신료 조제품)’ 등 5개 제품을 제조하고 원재료명을 마치 ‘고추냉이’만 사용한 것처럼 허위로 표시했다.

이처럼 허위로 제조된 오뚜기제유 제품 321톤(약 31억 4000만 원 상당)은 유통 전문판매 업체 주식회사 오뚜기에 고스란히 판매되고 전국으로 유통됐다.

오뚜기제유 외에도 주식회사 움트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겨자무‧겨자무 분말만 15~90% 넣은 ‘생와사비(향신료조제품)’ 등 총 11개 제품을 제조하면서 제품명과 원재료명에 고추냉이만 사용한 것처럼 표시해 유통전문판매업체인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와 자사의 50여개 대리점 등에 약 457톤(약 32억 1000만원)을 판매하다 덜미를 잡혔다.

식약처는 표시를 위반한 제품을 제조한 5개 식품제조가공업체 외에도 제조가공업체와 위·수탄 관계인 주식회사 오뚜기와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4개 유통 전문 판매업체를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용하지 않은 원료를 제품에 표시하는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정행위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며 “식품안전 관련 위법행위를 목격하거나 부정불량식품으로 의심되는 제품은 신고전화 1399번으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중국 미역 혼입 논란에 이어 이번에 첨가물 표기 위반에 나섰다가 적발된 오뚜기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네티즌들은 "오뚜기 또 걸리다니. 실망이다", "미역 사태에 정신을 못 차렸나?", "여기 중국 아니고 한국 맞나? 점점 음식가지고 장난치는 중국을 닮아가는 것 같다", "대기업에서 이러면 누구를 믿어야 하나?", "음식도 자급자족 시대가 올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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