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온 어류 진화의 비밀…'1.6배 빠른 헤엄속도'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어류 대부분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화하는 변온 동물이지만 전체 어류의 0.1%에 해당하는 35종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확인되고 있다. 

극소수의 어류만이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가진 이유에 대해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의 어류 학자인 루시 하딩(Lucy Harding) 박사가 호주 비영리 학술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해설했다. 

하딩 박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항온성이 확인된 어류는 35종으로 백상아리와 대서양참다랑어 등의 상어와 참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계 최초의 항온 어류가 보고된 것은 1973년 대서양참다랑어에 관한 연구다. 그러나 해당 보고 이후 약 50년이 지나도록 항온성 획득에 대한 진화적 이점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omparative Biochemistry and Physiology Part A (1973)

다만 유력한 가설로 "체온이 높을수록 근육의 힘이 커져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다양한 수온에 적응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 두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하딩 박사가 이끄는 호주·미국·일본 등 다국적 연구팀은 상어와 경골어류의 유영 속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생태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기능 생태학'(Functional Ecology)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unctional Ecology(2021)

연구팀은 상어와 참다랑어에 원격으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행동 기록 장치를 장착하고 다시 바다에 내보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루시 하딩 박사 연구팀 

행동 기록 장치에서 수집된 ▲서식지 ▲수온 ▲유영 속도 ▲수심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체중을 고려하면 항온성 어류가 변온성 어류보다 1.6배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수영 속도가 빠를수록 포식과 이동에 적합하다. 따라서 이번 관찰 결과는 항온성 어류의 진화상 유리한 점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항온성 어류가 다른 어류에 비해 빠르게 헤엄칠 수 있어 해저 먹이사슬과 이동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변온성 어류가 서식하는 수온 및 항온성 어류가 서식하는 수온에 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항온성 어류가 더 광범위한 온도에 적응할 수 있다'는 설에 대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이 이론은 1991년 발표된 연구 이후 지지를 받아왔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of Fishes(1991)

그러나 하딩 박사는 "항온성 어류가 가진 것으로 추정된 해수 온도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기존 연구와 달리 항온성 어류 역시 해양온난화 위험에 똑같이 노출돼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항온성 어류인 대서양참다랑어는 멸종 위기종이며 백상아리는 위급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하딩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가 고유하면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물고기에 대한 보전·보호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