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일본 군마현청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일본에서 로봇을 이용해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접객 서비스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군마현청 32층에 위치한 카페 'YAMATOYA COFFEE 32'는 평일 특정 시간에 난치병 환자나 장애인이 원격으로 조작하는 소형 아바타 로봇 '오리히메(OriHime)'가 고객의 주문을 받고 대화를 나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이 로봇은 장애 등으로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거나 사회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다. 

높이 20cm의 소형 탁상 로봇인 오리히메는 카페의 주문 카운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카메라와 스피커를 내장해 원격지에 있는 장애인들이 카페 모습을 확인하고 손님과 대화할 수 있다. 

로봇의 손과 얼굴을 움직일 수 있어 간단한 몸짓을 사용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며, 문장을 입력하면 음성 모드로 전환되기도 한다. 

현청 카페에는 현재 6명이 접객을 담당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의 여성(32)은 희귀난치병인 다발성경화증 환자로 도쿄 자택에서 컴퓨터를 통해 로봇을 조작한다. 로봇 근처에는 여성의 얼굴 사진과 자기소개 글을 게시해 손님들이 친밀감을 느끼도록 했다. 

손님이 "추천 메뉴는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여성은 "날씨가 더우니까 아이스 커피와 샌드위치를 추천합니다"라고 응답했다. 이 여성은 "원격 조작에 대한 불안도 있었지만, 손님들이 놀라거나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라고 말했다.

군마현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장애인의 사회 참여 확대 차원에서 많은분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현 내에서의 활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분신 로봇 카페 DAWN ver.β'가 도쿄 니혼바시에 상설 매장으로 첫 개장했다. 중증 장애인들이 조종하는 로봇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카페로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은 인기에 75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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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신장 120cm의 주행 로봇 '오리히메-D(OriHime-D)'가 인사하며 마중을 나오고, 군마현청 카페와 같은 탁상 로봇 오리히메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주문을 받는다. 

이곳에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 다발성 골수종, 경추 손상 등으로 외출이 어려운 사람 등 총 50명 이상이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 도쿄도 최저 임금 이상의 보수가 지불된다. 

분신 로봇 카페는 2018년부터 4회, 총 38일간의 시범 기간을 거쳐 상설 매장인 니혼바시점을 오픈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일본 스타트업 '오리이 연구소'는 니혼바시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카페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2012년 설립된 오리이 연구소의 CEO이자 로봇 오리히메의 개발자인 요시후지 켄타로(吉藤健太朗)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등교를 거부하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경험이 있다. 

요시후지 켄타로 CEO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오리이 연구소

이 시기 곤충 로봇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후 전동휠체어 개발로 세계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와세다대에 특례입학했다. 그리고 본인의 재능과 경험을 살려 다른 이들의 '고독'을 해소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 과정에서 장기 입원이나 왕따 문제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 가족의 간병이나 본인의 장애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것이 아바타 로봇인 오리히메다. 아바타 형식으로 제작한 것 역시 '고독 해소'라는 목표 때문이다.

요시후지 CEO는 "우리는 로봇 회사가 아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하고 연구하는 회사다"라며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로봇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거기에 있다는 가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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