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숟가락 들고 병아리 밥그릇 노리다 ‘된서리’…결국 백기 투항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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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장서연 기자] “최근 여론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으며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버리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인식해 조직 개편과 함께 공동체 상생 차원의 기금을 마련하겠습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혁신 기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전설로 추앙받으며 거대한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 대한민국 2030세대의 롤모델이며 꿈의 직장이던 카카오가 어느 순간 공적(公敵)으로 전락했다.

카카오라는 거대한 공룡은 ‘혁신’의 무기를 앞세워 병아리 수준의 시장을 교란하고 흔들었다. IT 산업의 대표적인 메신저는 물론 게임과 제조, 유통, 금융, 모빌리티로 포장한 대중교통, 그리고 헤어샵까지 골목상권 곳곳에 카카오의 대표적인 캐릭터 ‘라이언’의 친근한 미소가 지배해왔다.

골목상권에 드리워진 카카오 계열사의 그림자만 무려 158개로 말 그대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정점을 보여준 카카오의 급성장은 창업주 김범수 의장을 대한민국 주식순위 2위로 등극하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말 주식재산액은 8조 3701억 원으로 8조 2111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재산을 제쳤다. 여기에 지난해 12울 초 주식평가액 상승률만 계산하면 김범수 의장은 144.5%로 국내 50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종횡무진 거침없는 행보에 나서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몸집을 키운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수치에 달했다. 택시호출서비스 점유율 93%에 달하며 독과점 현상을 보였던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 대가로 이용자들에게 최대 5000원 수수료를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카카오T 택시에서 시작된 반(反) 카카오 저항의 불씨는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골목상권의 대표적인 상품인 헤어샵을 비롯한 158개 계열사까지 확산되면서 카카오를 겨냥한 비판 여론과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카카오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카카오의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독과점 현상에 칼을 들어 올린 정부 규제가 본격화한 지난 7일부터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3조 원이 공중 분해됐다.

국내 시장 장악에 거침없던 카카오의 거대한 발걸음도 13조 원 수준의 금융 손실에는 그 힘을 잃었다. 여론의 거센 공분과 자본의 위기는 이내 총수 김범수 의장을 불씨를 잠재울 무대로 불러 세웠고 결국 김 의장은 ‘상생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카카오, 네이버. 이른바 국내 대표적인 IT 기업이 정부와 정치권의 플랫폼 대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에 결국 카카오는 손을 들고 택시 유료호출, 꽃·간식 등 배달사업을 철수키로 했다.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14일 전체 회의를 열고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 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골목상권 진출 직접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있었던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를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네이버 역시 카카오와 함께 규제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민의 대부분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규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나마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소·공상인 지지를 더 받는 이유는 이미 앞서 겪은 네이버가 상생을 강조한 경영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 방식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창출 하려고 했지만 네이버는 중개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으로 플랫폼 독점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규제의 칼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은 편리성을 기반으로 독과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며 “이런 공룡 플랫폼 기업들이 수수료 등을 통한 수익화를 실현한다면 소비자나 소상공인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불공평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카카오나 네이버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 마치 거대한 공룡이 거대한 숟가락을 자신의 콧구멍 보다 작은 병아리 밥그릇의 먹이를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그대로 두면 국민들이 노예가 될지 모르겠다” 면서 “국내 중소상인들 그만 괴롭히고 덩치에 맞게 글로벌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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