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4명으로 구성된 스페이스X 관광 로켓 발사 성공
575km 우주 상공서 사흘간 궤도 여행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스페이스X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민간 우주 관광 시대의 막이 올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15일 오후 8시2분(미국 동부시간) 첫 민간 본격 우주궤도 관광 로켓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을 발사했다. 

크루드래곤은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기지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발사 이후 약 2분 51초 시점에서 초기 추력을 제공하는 로켓 주 엔진이 분리됐으며, 발사 12분 20초 뒤 캡슐이 분리돼 본격적인 궤도 비행에 진입했다. 

우주를 돌며 탑승객인 민간인 4명에게 신비로운 지구의 모습을 선사하는 궤도 비행을 마친 후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 바다로 귀환하게 된다.  

크루드래곤의 발사 장면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CNN 중계 캡쳐

◆ 민간 본격 우주관광 첫 시도

스페이스X는 크루 드래곤 발사에 여러 번 성공한 바 있지만 우주 관광 프로젝트인 '인스퍼레이션4(Inspiration4)'의 가장 큰 특징은 승무원 전원이 민간인이라는 점이다. 이에 상업 우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주선은 음속의 약 22배인 2만7359km/h로 550km의 지구 궤도를 사흘 동안 비행하고 돌아온다. 우주선에는 우주와 지구를 360도 관찰할 수 있는 특수 돔이 설치되어 있다. 

크루 드래곤에는 6개월에 걸쳐 높은 강도의 훈련을 마친 4명의 승객이 최종 탑승했다. 이들은 ▲크루 드래곤 작동법 및 궤도 역학 ▲미세 중력 및 무중력 하의 오퍼레이션 ▲비상 대비 ▲우주복 탈착 ▲우주선 입퇴실 등 상업용 우주 비행사를 위한 교육 강좌를 수강하고, 미션 리허설 훈련을 수행했다. 

스페이스X는 앞서 발사한 우주선 발사 고도 및 비행 시간에서 경쟁사들과 명확한 차이를 보이며 ‘본격적인 우주 관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진 갤럭틱는 지표면에서 80㎞ 상승했고, 블루 오리진은 고도 108㎞까지 오르는 게 전부여서 우주여행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극미 중력'을 느끼는 수준의 저궤도 비행의 한계를 보였다. 
 

◆ 선정된 민간인은 누구? 

미국 통합 결제 처리 솔루션 업체인 '시프트4페이먼트(Shift4 Payments)'의 재러드 아이잭먼 CEO가 '인스퍼레이션4' 프로젝트의 사령관 역할을 맡아 이끌고 있다. 

억만장자이기도 한 아이잭먼 CEO는 미국 세인트주드 어린이 병원 기부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약 2억달러를 주고 4석의 티켓을 모두 구매한 후 나머지 3석은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선정했다.

그는 이번 여행에 이미 지불한 비용 외에 세이트주드 어린이 병원에 본인의 기부금 1억 달러를 기부했으며 우주 여행을 통해 총 2억달러 이상을 모금해 전달하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스페이스X

6000시간 이상 비행 시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종사 훈련 회사인 ‘드레이큰인터내셔널’의 소유자이기도 한 아이잭먼을 포함해 공모로 뽑히 나머지 3명은 ▲지구과학 교수로 3차례나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에 떨어진 경험이 있는 시안 프록터(여성) ▲ 골종양을 이겨내고 세인트주드 아동 연구 병원 간호사가 된 헤일리 아르세노(여성), ▲ 록히드마틴사의 데이터 엔지니어로 과거 미 공군 조종사 출신인 크리스 셈브로스키(남성)로 구성됐다. 

아이잭먼은 "평생의 꿈이 실현된다. 누구나 모험에 나서 별을 탐사할 수 있는 미래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탑승자들은 3일 동안 우주에 머물면서 무중력 상태에서의 인체 변화 등 각종 과학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 민간 우주 여행은 억만장자의 전유물? 

상상 속 우주여행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천문학적 금액이 소요된다.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은 티켓 값은 약 25만달러였고,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는 티켓은 경매로 2800만달러에 낙찰됐다. 

고도 100km의 우주 경계선까지 살짝 넘었다 돌아오는 불과 10분가량의 여행에 드는 비용이다. 블루오리진은 티켓 판매 수익을 산하 우주과학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인 ‘클립 포 더 퓨처’(Club for the Future)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무중력 상태로 창을 통해 지구를 내려다보는 신비로운 경험이라곤 해도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이어서 관광 상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목표 고도 580km의 인스피레이션4와 같은 본격 우주여행 미션을 대중으로 확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크루 드래곤은 사흘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높은 궤도에서 음속의 22배인 시속으로 지구 주위를 돌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 개월간 전문가 수준의 강도 높은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스페이스X

이에 스페이스X는 2040년을 목표로 로켓 1회 발사 비용을 2000만 달러로 낮춰 우주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벤지 리드 스페이스X 유인우주비행 프로젝트 시니어 디렉터는 "장기적으로 항공편 방식의 모델 도입을 통해 안전 보장 훈련 기간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주로 수백만 명을 보내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CEO도 앞선 인터뷰에서 "새로운 교통 시스템이 생길 때는 선구자가 필요하다"며 "우주여행은 처음에는 제반 비용이 많이 들지만, 발사와 생산 빈도를 높이고 기술이 정교해지면 저렴하게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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