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2019년 9월 호주 동남쪽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주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은 호주 전역으로 번지면서 6개월간 이어졌다. 최악의 대형 산불로 총 445명이 사망하고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숨졌다. 

안타깝게도 산불의 영향은 육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위성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진행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남미와 뉴질랜드 사이에 펼쳐진 남극해 북부에서 호주보다 넓은 범위에서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급증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와 CLEX(Center of Excellence for Climate Extremes) 등 공동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와 지상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불 연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남극해 북부에서 2019년 12월~2020년 3월까지 발생한 식물플랑크톤의 급증이 호주 산불로 발생한 희뿌연 '연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래 사진은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바다 쪽으로 이동한 모습을 포착한 2019년 12월 위성 사진이다. 

ⓒ 데일리포스트=NASA 지구관측시스템(EOS)

태즈메이니아대학 생물해양학자인 피트 스트러튼(Pete Strutton) 박사는 "이 지역에서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발생은 지난 22년간 위성 기록상으로 전례 없는 것이며, 약 4개월 동안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12월~3월은 일반적으로 식물플랑크톤이 가장 적은 계절이지만, 산불 연기로 오히려 급증한 것. 

호주 산불의 연기는 성층권 바람을 타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이동해 연기에 들어있는 철분이 바다로 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 과정에서 철을 필요로 한다. 연기의 영향으로 바다 철분 농도가 상승하면서 식물플랑크톤도 급증한 것. 연구팀은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발생 범위는 호주 대륙의 면적을 넘어설 정도로 광범위하며, 당시 해양의 철분 농도는 평소의 3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태즈메이니아 대학 박사 과정인 야콥 와이스(Jakob Weis)는 호주 산불로 인한 식물플랑크톤 증식은 화재 발생 후 며칠~몇 주 후에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6개월간 이어진 산불 시기에 일정한 비율로 연기가 발생한 것은 아니며, 가령 2020년 1월 8일 산불로 발생한 하루의 연기가 1월에 바다에 쏟아진 철이나 그을음(블랙카본)의 25%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한편, 광합성을 하는 식물플랑크톤이 급증하면서 이산화탄소도 대량으로 흡수했다. 호주 산불로 총 7억 15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는데, 남극해에서 급증한 식물플랑크톤이 산불로 방출된 것과 거의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식물플랑크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빛과 온도 조건에 따라 다르며, 이산화탄소가 다시 방출될 가능성도 있어 산불 영향을 상쇄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스트러튼 박사는 "이번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발생은 사하라 사막 전체를 수 개월간에 걸쳐 광활한 초지(草地)로 바꾼 수준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가져왔다"며 "이번 연구는 호주 산불로 발생한 에어로졸(대기중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 해양 감시시스템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웨덴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메이스(Chris Mays) 연구원은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발생은 다른 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단 한번의 플랑크톤 이상 발생으로 수많은 동물이 단 며칠 만에 전멸해, 담수호와 해안 지역에 동물이 없는 '데드 존'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