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과 탈(脫) 탄소화 움직임 속에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가 미래 사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도 ‘제2의 반도체’로 재조명받고 있다.

전기자동차(EV) 업계는 배터리(2차전지) 가격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EV 출시를 서두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 되는 까닭이다. EV 비용 중 약 30%를 전지가 차지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배터리의 추가 가격 인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장 증설 등을 통한 생산 규모를 기반으로 한 제조 비용 억제,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 배터리의 서큘러 이코노미(순환형 경제) 창출도 주목받고 있다. 
 
물론 자동차 배터리 가격은 낮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Markit)에 따르면, 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리튬이온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2% 하락했다. 

일본 닛산 자동차와 미쓰비시 자동차는 공동 개발중인 경차 EV를 22년도 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보조금을 감안한 실질 가격은 약 200만엔 정도로 경차로는 고가에 속해, 현지에서는 EV 대중화를 위해서는 배터리의 추가적인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 그간 독보적 1위를 고수했던 일본 파나소닉을 힘들이지 않고 밀어내고 왕좌를 차지한 중국 CATL社는 2019년 이후 시장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 CATL 외에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자국 시장의 팽창이 이어지면서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의 급성장에는 공격적인 기술 개발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공세가 탄력이 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여기에 한국 기업도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전기차 공급 확대 속에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이달 1일 전기차 배터리사업 분사를 마무리했다. 사업 전문성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포석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2018년 이후 미국·유럽·중국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손잡고 114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조립 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이미 지난해부터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으로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 확대와 생산 시설 확충, 견조한 성장세는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본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 자동차는 9월 차량용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조 5000억엔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기존의 30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공동 출자로 배터리 자회사 ‘프라임플래닛에너지&솔루션’(PPES)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 3위로 낙하한 파나소닉을 비롯해 일본 업체들은 성장률이 시장 평균에도 못 미치며 고전하고 있고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일본 업계 전문가는 자국 자동차 배터리 산업이 '벼랑 끝'에서 더 미끄러지지 않도록,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배터리 업체·완성차 업체·정부가 일체가 된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