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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소행성을 파괴할 방법은 없을까? 영화 '아마겟돈'은 지구와 충돌할 소행성 내부에 핵폭탄을 설치해 폭발로 궤도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영화처럼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파괴하는 계획이 유효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우주학회지 ‘악타 아스트로노티카(Acta Astronautica)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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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 근처를 지나가는 근거리 소행성만 약 1만6000개에 달하고, 잠재적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은 1400여개가 발견됐다. 실제로 2004년 발견된 직경 약 380m 소행성 '아포피스'는 꾸준히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고, 2029년이면 지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행성 충돌은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대략 20m 직경의 소행성이 낙하해 주민 1500여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 이후 한층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소행성과의 충돌은 우리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은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를 관측하고 충돌 위험을 조사하고 있다. 

큰 피해를 막기 위해 NASA는 지구 접근 천체에 무인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몇 년의 준비 과정을 마치고 2021년 11월 23일 DART 실험기가 스페이스X의 팰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무인우주선 DART가 소행성으로 향하는 가상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이번에 발사할 우주선의 목표는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 '디모르포스'다. 2022년 9월 말쯤 지구에서 1천100만 ㎞쯤 떨어진 위치에서 충돌시험이 이루어지는데, NASA는 충돌로 충분히 궤도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에 접근하는 모든 소행성을 궤도 수정이 충분히 가능한 단계에서 발견할 수는 없다. 이에 존스 홉킨스 대학 물리학자인 패트릭 킹 박사 연구팀은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 중에서도 특히 충돌 시간이 임박한 소행성 대응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직경 100m의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궤도를 다섯 가지 패턴으로 상정하고 소행성 표면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설치한 1메가톤(100만톤 위력) 핵폭탄을 폭발시켜 지구에 미치는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했다.  

이번에는 충돌 일주일 전~6개월 전에 걸친 다른 시간 범위에서 지구에 미치는 피해가 시간적 유예로 얼마나 변화하는지도 조사했다. 

연구팀이 만든 소행성 표면에서 핵폭탄을 폭발시키는 시뮬레이션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하단에 위치한 흰색 원이 소행성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패트릭 킹 박사 연구팀

표면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소행성을 구성하는 암석이 산산조각나 우주 공간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패트릭 킹 박사 연구팀

폭발 충격은 소행성 전체로 전해지고 결국 소행성 전체가 산산조각나 흩어진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패트릭 킹 박사 연구팀

연구팀은 모델링을 통해 소행성에 핵폭탄을 폭발시킨 후 미세 파편이 중력 및 외부 힘으로 어디까지 도달하는지 위치를 확인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충돌 2개월 전에 폭발시키면 지구에 쏟아지는 질량은 0.1%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행성 질량이 더 커지면 폭발로 인한 분산 속도는 감소한다. 6개월 전에 폭발시키면 지구에 충돌하는 질량은 1%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마이클 오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구에 접근하는 위험한 소행성의 폭파 결과와 요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며 "지구와 충돌할 운명에 처한 천체를 발견하고도 궤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면, 남아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이를 완전히 파괴하고 파편 대부분이 지구에 도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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