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환 의원 “대기업 브랜드 주유소 가짜석유 판매 455곳 적발”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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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가짜석유 판매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SK에너지 등 대기업 계열 브랜드 주유소 등이 앞다퉈 가짜석유 판매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가짜석유 판매처를 즉각 공표해 적발된 업체는 퇴출시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지난 2003년쯤으로 기억납니다. 고유가로 자동차를 보유한 서민들의 주유비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던 당시 일부 업자들이 불법적으로 유통한 유사휘발유가 일반 휘발유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암암리에 공급되며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호황을 누렸던 일명 ‘세녹스’가 유행했던 시절 말입니다.

불법적으로 유통되다 보니 정확한 명칭도 없었습니다. 판매자나 구입자 모두 ‘세녹스’로 일관되게 통했는데 가격이 폭발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수요가 급증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당시 일반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1리터당 1300원으로 가정한다면 세녹스 1리터 가격은 800원 선입니다. 20리터 크기 파란 프라스틱 한통 가격이 1만 6000원이었으니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던가요? 가격이 정상적인 주유소 휘발유보다 저렴하다 보니 정상적인 생산과정이 거친 제품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됐던 세녹스 단속이 펼쳐졌고 그 배경에는 주요소 단체들의 입김도 작용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5년까지 세녹스를 판매했던 황 모씨는 “통용됐던 명칭이 세녹스지만 실제로 다양한 제품명이 있었습니다. 정식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세녹스가 유해한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잘 팔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유소가 타격을 입었고 주유소 단체들이 세녹스 판매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요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황 씨가 세녹스 판매를 정리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생산 공장과 유통 과정에서 벤젠과 신나를 혼합한 악성 제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황 씨는 “세녹스라고 해서 크게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장사가 잘되다 보니 일부 업자들이 불량 첨가물을 섞은 제품을 유통하면서 차량 엔진을 부식시키거나 고장의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유업계의 반발이 주효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2003년부터 전국으로 유통되며 주유업계와 경쟁했던 유사휘발유 세녹스, 물론 불법적으로 판매하다보니 생산자는 물론 유통업자, 그리고 판매자 모두 탈세는 기본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유사휘발유 세녹스 판매자들을 신고하고 이들의 불법을 근절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던 국내 대기업 브랜드 주유업계가 최근 ‘가짜석유’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업체가 무려 450곳에 달하며 이렇게 판매된 가짜석유 탓에 주유에 나섰던 차량들이 심각한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명 브랜드 주유소의 가짜석유 판매 행위는 과거 자신들이 판매 중단과 처벌을 요구했던 유사석유 세녹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지역별, 상표별 주요소 가짜석유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비자들을 상대로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는 455곳입니다.

가짜석유 판매 행위는 ▲2017년 172곳 ▲2018년 138곳 ▲2019년 36곳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70곳으로 다시 증가한데 이어 올해 8월까지 39곳이 적발됐습니다.

그렇다면 적발된 주유소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자가 차량 소유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1가구 2대 이상 차량은 기본인 세상이 됐습니다. 이처럼 차량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주유소 역시 늘어나고 있는데 석유는 차량 안전의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브랜드별 주요소 가짜 석유 적발현황 / 이주환 의원실 제공
브랜드별 주요소 가짜 석유 적발현황 / 이주환 의원실 제공

하지만 전국에서 455곳에 달하는 주유소들이 가짜석유를 판매에 나서 차량에 결함은 물론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상처를 받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가짜석유를 판매한 주유소가 대기업 브랜드라면 상실감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주환 의원이 공개한 가짜석유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브랜드를 살펴보면 ▲SK주유소 136곳으로 1위에 등극했습니다. 뒤를 이어 ▲에쓰오일 84곳 ▲현대오일뱅크 78곳 ▲GS칼텍스 76곳이며 알뜰주요소도 27곳이 적발됐습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97곳으로 가짜석유 유통의 메카로 기록됐으며 이어 충남 58곳, 경북 52곳, 강원도 43곳입니다.

특히 2회 이상 적발된 주유소는 40곳에 달했고 이 중 3회 이상 적발된 주유소는 3곳이나 됐습니다. 또 가짜석유 판매행위로 적발됐지만 현재까지 버젓이 운영 중인 업체는 지난 8월말 기준 32곳입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불법시설물 설치나 정량 미달의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짜석유를 주유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됩니다. 기본적으로 차량이 고장 나고 사정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가짜석유 주유 탓에 수리비까지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지난해 12월 충남 논산과 공주 지역 주유소 두 곳에서 가짜석유를 주유한 119구급차를 비롯해 일반 차량 100대가 고장나는 피행가 발생했으며 이 중 일부 고급 수입차의 경우 수리비만 수 천 만원이 들어갔습니다.

이번 대기업 브랜드 주유소들의 가짜석유 판매 행위는 과거 길거리 무허가 유사휘발유 판매로 시장을 교란한 업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만큼 대기업 브랜드 주유소 역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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