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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1990년대 초 남미 페루에서 약 1000년 전 무덤이 발굴됐다. 내부에서는 황금 마스크를 쓴 두개골이 발견돼 큰 관심을 모았다. 마스크에 칠해진 붉은색의 원료는 오랜시간 그 정체가 규명되지 못했지만, 최신 분석을 통해 사람의 혈액이 포함돼 있음이 밝혀졌다.

잉카 제국 이전의 750년~1350년경 페루 북부 해안에서는 시칸(Sican) 문화가 번성했다. 1990년대 초 고고학자인 시마다 이즈미 박사 발굴조사팀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무덤을 발굴했다. 

남성의 두개골은 몸에서 분리된 상태로 붉은색으로 칠해진 황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사망한 남성 주변에서 젊은 여성 2명과 아이 2명의 뼈도 함께 발굴됐다. 

아래가 당시 발견된 황금 마스크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시마다 이즈미 박사 발굴조사팀

당시, 마스크에 사용되고 있는 도료가 적색계의 광물성 안료인 '진사(cinnabar)'라는 사실까지는 알려졌지만, 도료에 포함된 유기체 정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유기체에 의해 도료가 마스크에 남아 1000년 이상 색이 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고고학자인 제임스 맥컬라(James McCullagh) 연구팀은 유기체 정체를 밝히기 위해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팀이 소량의 도료를 푸리에 변환 적외선분광법으로 분석한 결과, 우선 도료에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후 탠덤 질량 분석법을 이용해 프로테옴 해석한 결과, 사람 혈액에 포함된 혈청·알부민·면역글로불린 G 등 6개의 단백질을 확인했다. 또 도료에는 달걀 흰자 유래의 단백질도 포함되어 있었다.  

Journal of Proteome Research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제임스 맥컬라 연구팀

시칸 문화에서는 진사를 기반으로 한 도료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물이 바르거나 의식과 관련된 중요한 아이템으로 사용되었다. 당시에는 진사가 생명력을 의미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사람의 혈액이 도료로 사용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화학회(ACS) 학술지 '단백질 유전정보 연구'(Journal of Proteome Research)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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