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反타겟팅 광고 정책에 구글은 웃고 페이스북 울상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애플이 4월에 도입한 앱 추적 제한 여파로 3분기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실적에 명암이 엇갈렸다. 

웹 활동을 추적해 그 정보를 바탕으로 공략하는 타겟팅 광고는 성공률이 높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점차 수위를 높이며 타겟팅 광고에 제동을 걸어 온 애플 정책은 팀 쿡 CEO가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개인정보보호’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애플의 영향권 내에 있는 페이스북 실적은 둔화세가 가시화된 반면, 타겟팅 광고의 영향이 크지 않은 구글은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 애플 규제에 페이스북 타격...성장 둔화 신호탄? 

구글 지주회사인 미국 알파벳이 10월 26일 발표한 2021년 3분기 결산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1% 증가한 651억1800만 달러(약 76조원). 순이익도 전년 112억 달러에서 189억 달러(22조원)를 기록하며  분기별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애플 광고 규제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25일 발표한 3분기 결산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한 290억달러(약 33조8천억원), 순이익은 17% 증가한 91억 9400만 ​​달러(약 10조7천억원)였다. 주력 사업인 인터넷 광고는 늘었지만, 매출 증가율은 2분기 56%에서 둔화됐다. 매출 증가율 역시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시북 COO는 결산 설명회에서 "애플의 규제가 없었다면 매출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페이스북과 우리의 광고주는 앞으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애플은 4월부터 타겟팅 광고를 도입하는 앱 운영회사에 개별 앱마다 이용자의 동의를 요구하도록 의무화했다. 광고용 식별자 IDFA(Identifier for Advertisers) 정보의 제3자 제공을 위해서는 이용자 동의가 필요해진 것이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IDFA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부여되는 '광고 식별자(ID)'를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설정 화면에서 일괄 동의하는 방식이었으나 매번 팝업창으로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CEO를 맡고 있던 시기부터 개발자 수익 강화의 일환으로 인앱 광고를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며 인터넷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행위를 비난하는 동시에, 타사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등의 하드웨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페이스북은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을 내세우고 있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조치에 "우리의 광고 게재는 제공의 의미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앱 운영업체의 광고 수입은 5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화됐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앱 광고용 식별자 취득을 허용한 유저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자상거래(EC) 업계는 "애플 정책 이후 이전과 동일한 판매를 위해 더 많은 광고비가 필요해졌다"며 "광고가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도 부족한 상태"라고 호소한다. 118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7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62%가 페이스북에 대한 광고 지출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 반사효과 구글, 트위터·아마존도 영향은 미비

한편 구글의 주력사업은 인터넷 검색 광고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검색 키워드에 따라 개인별 취미나 기호 파악이 가능해 앱·웹 상의 행동 추적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애플의 규제로 타겟팅 광고의 정밀도가 떨어지자 페이스북 대신 구글을 선택한 광고주가 적지 않다고 WSJ은 보도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y

지난 3분기 구글의 광고 매출은 531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페이스북 광고 매출은 282억7600만 달러, 스냅은 11억 달러였다. 구글은 유튜브 역시 애플 규제의 영향권 밖에 있다고 밝혔다. 

별다른 피해가 없는 빅테크에는 트위터와 아마존도 포함된다. 트위터 역시 인터넷 광고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브랜드 광고가 중심이다. 광고주는 직접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상품 광고와 달리 브랜드 광고에 대해서는 정량회된 효과를 요구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존은 자사 사이트에서 구매·검색·열람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 행동 추적에 대한 아이폰 의존도도 낮은 편이다. 또 사이트 내에서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 키워드나 열람 내용과 관련된 광고주 상품을 검색 결과 페이지나 상품 상세 페이지에 표시하는 '스폰서 제품' 광고를 확대하는 추세다.

아마존의 광고 사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에서 2018년 이미 MS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 아마존은 구글과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광고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의 '기타' 항목 매출은  2021년 2분기(4월~6월)에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79억 1400만달러에 달했다.

한편, 위기에 몰린 페이스북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상공간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메타버스란 Meta(초월한)+Universe(세상)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처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3차원 가상 공간을 의미한다. 크게 가상현실(Virtual Worlds),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세계(Mirror Worlds)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주 수입원이었던 광고가 개인정보 강화 움직임 속에 성장에 한계를 보이자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VR과 AR 기술 관련 투자를 확대하며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 9월 메타버스 관련 글로벌 연구 및 프로그램 파트너 지원을 위해 향후 2년간 총 5000만 달러(590억원) 규모의 연구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올해 4분기부터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연구부문인 'Facebook Reality Labs(FRL)' 수익을 별도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광고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해온 페이스북이 '애플발 위기' 속에서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