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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즉, '슈퍼버그'(Superbug)는 인류에게 큰 건강 위협 요소로, 항생제 내성균으로 매년 최소 7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최근 금 나노클러스터(gold nanocluster)를 이용해 세균 증식을 막는데 필요한 항생제 투여량을 128분의 1까지 낮추는 획기적인 연구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케미컬 사이언스(Chemical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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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박테리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유산균과 같이 인류에게 유익한 것도 있고 병원성 대장균처럼 유해한 것도 존재한다. 인류는 유해한 세균을 막는 항생제를 개발했지만, 세균 역시 진화의 힘으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했다.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가지면서 의료비 증가 및 치사율 상승 등 인류의 건강 위협도 높아지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오늘날 삶의 질 향상에 최대 위협"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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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영국 리즈대학과 중국 남방과기대학·상하이 푸단대학 합동연구팀이 항생제 내성균에 항균 작용이 있는 금을 이용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5개의 금 원자로 구성된 나노클러스터로 세균 세포벽을 파괴해 항생제 침투성을 높이는 원리다. 기존에도 특정 금 나노클러스터를 이용한 항균 작용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앞선 연구에서는 세균에 효과적이면서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새로운 연구는 금 나노클러스터를 '분자 막(molecular envelope)'으로 포장해 유해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세균에 효과를 발휘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세균 세포벽은 포유류 세포보다 강한 음전하를 띈다"는 점이었다. 강한 양전하가 세균에 우선적으로 끌릴 수 있다고 추정한 연구팀은 금 나노클러스터를 양전하를 띤 리간드(ligand)라는 물질로 덮어 세균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는 건강한 숙주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독성을 낮추기 위해 그 위에 다른 성질을 가진 리간드로 한번 더 감쌌다. 음양 전하를 모두 가진 두 번째 리간드는 포유류 세포막 지질에도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이중으로 포장된 두 가지 리간드 비율을 섬세하게 조절해 세균에 대한 효능을 확보하면서 금 나노클러스터와 포유류 세포 사이의 이질성을 줄여 나노클러스터가 신장 등 건강한 기관을 통과해 체외로 배출되기 쉽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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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슈퍼버그'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을 이용해 진행한 실험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금 나노클러스터와 항생제를 조합해 투여한 결과, MRSE 증식을 억제하는데 필요한 항생제 투여량을 128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번 논문에 참여한 리즈대학 저우 더젠(Dejian Zhou) 교수는 "세균에 유효한 나노 관련 연구는 폭넓게 이루어졌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생체 적합성 및 안정적인 체외 배출까지 신경쓰지 못했다. 이는 규제 당국의 승인에 중요한 요건이다. 아울러 효과적인 항생제뿐만 아니라 잘 듣지 않는 항생제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으로 금 나노클러스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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