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흘러간 치약의 미세 플라스틱…해양 생태계 위협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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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치약 속에는 마이크로비드(Microbead)라는 미세한 알갱이들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는데 이 작은 미세 플라스틱이 최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침, 저녁 개운하게 양치질을 하고 뱉어낸 치약 속 마이크로비드의 크기가 너무 작아 하수구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은정 해양 생태계 보호 시민 연합 활동가)

플라스틱(Plastic)이 최초 사전에 등재된 시점은 지난 1911년으로 알려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열 또는 압력에 의해 성형할 수 있는 유기물 기반 고분자 물질과 혼합물을 이르는 용어인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필름과 합성섬유, 병, 튜브, 장난감, 식품의 용품, 의료 및 제약용품, 그리고 치약 등에 이르기까지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공식적으로 우리 일상에서 활발하게 사용된 시기는 사전에 최초 등재된 1911년 보다 40년이 지난 1950년대로 알려졌으며 산업의 급진적인 발전과 함께 플라스틱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

인류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실제로 지난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83억 톤에 이르며 이 가운데 63억 톤이 바다로 버려지거나 산과 들에 매립되거나 혹은 도심 곳곳에 쓰레기로 버려져 심각한 환경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1911년 사전에 등재된 플라스틱의 발명은 공식적으로 110년이 됐다. 당구공 제작을 위해 코끼리 상아를 대체할 재료에서 비롯된 셀룰로이드 플라스틱의 탄생은 인류의 혁명적인 발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른바 ‘제3의 혁명’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은 전 세계 인류가 살아가는 모든 일상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활용되고 또 버려지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고 플라스틱 내장재가 고급스럽게 구성된 자동차에 앉아 드라이브를 즐긴다.

또 예쁘게 포장된 플라스틱으로 감싼 치약으로 입안을 청결하게 닦아낸다.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생산된 TV 등 모든 가전제품을 사람들은 너무도 많이 선호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이 만들어낸 세상의 모든 플라스틱은 지구 곳곳에서 쌓여가고 있다. 지구의 모든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이 된지 오래인 채 말이다.

■ ‘뽀드득~’ 입안 가득 상큼한 치약…그 속에 숨겨진 미세 플라스틱의 ‘음모’

‘치약(Toothpaste)’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집트인들은 부석의 가루와 식초를 이용해 치아를 세척했다. 반면 로마인들은 이집트인과 달리 부석 또는 식초 대신 소변을 사용했다고 한다.

시대가 흘러 19세기경으로 접어들면서 영국의 한 화학자가 치아를 마모시키지 않고 미백효과가 가능한 중탄산소다의 강화제 스트론튬(strontium)을 첨가한 치약을 개발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치약은 철제 혹은 두꺼운 종이 용기에 담아 사용했다.

그렇다면 미세 플라스틱 논란이 되고 있는 튜브형 치약 용기는 언제부터 생산됐을까? 1992년 코네티컷에서 워싱턴 쉐필드 박사의 ‘크램 덴티프라이스(Creme Dentifrice)’ 출시와 함께 인류에게 최초로 등장하게 된다.

구강의 청결함이 당연시되면서 치약은 상업화의 대표적인 산물이 됐다. 기업들이 저마다 뛰어들면서 유연한 플라스틱 표면을 화려하게 장식해 매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치약을 찍어내면서 전 세계 인류가 매일 아침, 저녁이면 어김없이 플라스틱 칫솔에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고 있다.

우리가 편의성을 위해 발명하고 개발한 플라스틱을 우리가 먹게 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치약의 제품에 함유된 ‘마이크로비드’는 일반적으로 폴리에텔렌을 비롯해 폴리프로필렌, 테레프탈레이트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마이크로비드는 크기가 1mm보다 작은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라며 “우리가 양치를 하고 뱉어내는 양칫물과 해양에서 종사하는 작업자, 바다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사용한 치약 등이 다양한 경로로 바다로 유입된다.”고 전했다.

연구원이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 치약의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들은 해양 생명체에 치명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미세한 입자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등이 섭취하면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 바다로 버려진 플라스틱…해양 생태계 파괴·인류 위협

실제로 영원히 썩지 않고 바다에서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먹은 고래의 위장이 파열돼 죽은 채 발견됐는데 배를 갈라보니 인간이 사용하다 버린 생활 쓰레기와 폐플라스틱, 그리고 무수히 많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이 뭉쳐있었다.

고래 등 물고기 뿐 아니라 플라스틱은 산호초나 굴, 미역 등 해조류 등에도 치명적인 위협의 대상이다.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해조류는 그렇지 않은 해조류와 비교할 때 성장 속도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영양소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 플라스틱의 재앙은 해양 생명체에서 끝나지 않고 인류도 위협하고 있다. 분해되거나 썩지 않는 이 작은 알갱이는 파도와 햇빛의 영향을 받아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작아져서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의 코와 입을 통해 인체 내부로 빠르게 흡수된다.

무엇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바다를 떠도는 미세 플라스틱은 자신 외에 바다에 버려진 온갖 해양 쓰레기와 선박에서 유출된 폐유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혼합돼 독성 화학물질로 변질될 수 있어 독성 물질로 축적된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 등을 인간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섭취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은정 활동가는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따른 심각한 폐해는 이제 전 세계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전 세계 주요국에서 치약을 비롯한 클린징 크림, 등 세안용품에 마이크로비드 사용 전면 금지하는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정이 이렇다보니 존슨앤존스를 비롯해 다국적 위생제품생산 기업들이 마이크로비드 제품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며 “국내 관련 기업들 역시 최근 ESG 경영 실천을 앞세워 관련 제품 생산 감축 또는 중단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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