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방역 실패 핵심은 전문가 의견 묵살한 정부의 고집 때문”
놀이시설·술집 등 백신 완료자 ‘다닥다닥’…김 총리 “미접종자 탓”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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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사람이 900만 명인데 이런 분들이 있는 한 싸움(코로나 종식)은 끝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백신을 안 맞아도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과도한 믿음은 하지 말아주시고…” (김부겸 국무총리 7일 기자간담회 中)

지난달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이하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도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연일 경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고집스럽게 현 상황을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인내를 감내하며 현 추세를 지켜보고 있는 정부와 국무총리의 손가락은 부작용 우려와 백신에 대한 불신, 그리고 기저질환 또는 약물 부작용 트라우마 탓에 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있는 ‘백신 미접종자’에게 향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백신을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사람이 900만 명이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은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감이 될지 김 총리는 아마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백신 접종 후 사망했거나 이상증세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한 접종자들의 피해는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1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567명이며 이중 위중증 환자는 906명으로 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역대 최다’라는 수식어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병상이 없다보니 확진이 되더라도 병원 치료가 어려워 재택에서 대기 중인 환자가 1533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망자도 하루 94명으로 또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K-방역 우수성을 강조하며 호기롭게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기 이전인 0.32%에 불과했던 주간 치사율이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1.62%로 5배 수준으로 육박했다. 이 엄청난 재앙의 원인을 정부와 김 총리는 백신 미접종자에게 돌리려 애를 쓰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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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백신 패스’는 미접종자를 위한 조치라는데…

정부의 이 뻔한 배려를 100% 공감하는 국민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어제까지 건강했던 사람이 정부가 그토록 집요하게 강조하는 백신을 접종받고 사망하거나 원인불명의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물론 대통령까지도 눈과 귀를 걸어 닫고 있다.

건장했던 피해자들은 하루아침에 평소 기저질환을 앓거나 기저질환을 앓게 될 사람으로 낙인찍혀 피해 보상은커녕 자비를 통해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하는 게 현실이다. “백신의 안전성을 신뢰하고 혹시라도 백신 부작용이 생기면 국가에서 책임질 것”이라는 공염불이다.

내가 맞기 싫어 안 맞는 것이 아닌데, 혹은 백신 부작용이 무서워서, 또 백신 부작용 책임 회피하는 정부의 태도에 불신이 깊어졌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피하는 사람들이 정부 통계로 볼 때 900만 명이다.

법에 저촉되지도 않는 자기 권리가 우선인 백신 접종 유·무가 어느 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부담스러워졌다. 외출에 나서거나 직장 출근을 할 때 백신 미접종이라는 사회적 통념의 핸디캡을 감안해 극도로 조심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쏟아지는 ‘백신 미접종자’들에 대한 패널티 조치에 이제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죄인이 된 착각에 빠진다. 하루 확진자 6000명, 7000명이 마치 접종을 하지 않은 자신 때문은 아닌지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니나 다를까?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입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사람이 900만 명 때문에 이 전쟁(코로나 종식)이 끝나지 않는다.’는 날카로운 비수가 토해졌다. 특정 약물에 의한 호흡곤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소견이 적시된 대학병원 카드를 소지한 나는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사회적 죄인이 됐다.

동반자 중 미접종자 1인은 가능토록 명시됐지만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카페도, 식당에서도 나는 불청객이 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백신 패스’는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때문이다.

백신 미접종자 이정화 씨는 몇 년 전 항생제 투여를 받고 아낙필라시스 증세로 대학병원에서 특정 약물 안전카드 보유자다. 무엇보다 약물 투여에 따른 호흡곤란 사고 이후 약물에 의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보니 간단한 감기약 조차 제대로 복용하지 못하고 있는 백신 미접종자다.

“아스피린이나 소염제, 심지어 사고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복용했던 비타민제도 두려워할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건강검진 시 CT촬영을 할 때 주입되는 조영제도 무서워서 몇 번을 촬영이 지연될 만큼 트라우마가 있다보니 백신 접종을 회피했습니다. 남들이 다 맞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아서 방역에 더욱 신경 쓰고 있는데 저희 같은 사람은 어쩌라는 말인가요? 죄인이 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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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백신 접종 완료한 사람이야…위드코로나 시대 술집·놀이시설 ‘문전성시’

훈장(勳章)이 됐다. 그리고 더욱 당당해졌다. 위드코로나 시대 그들은 백신 접종 2차까지 완료한 정부의 백신 접종률 기록에 일조한 국민이니 말이다. 마치 고삐 풀린 듯 위드코로나 시대를 마음껏 즐겼다.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된 술집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또 클럽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마음껏 소리도 질러댔다. 그렇게 그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의 권리를 누리고 또 누렸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 확진자 7000명, 사망자와 위중증 확산의 매개체가 됐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위드코로나 중단을 공식 발표하고 방역 대책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사적모임 가능 인원을 10~12명에서 6~8명까지 줄였지만 한 번 붙은 용광로의 화력을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과 수도권 병실은 이제 포화상태다. 병실을 구하지 못한 대기자 가운데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한다.

인도 등 빈곤 국가에서나 봤을 법한 화장터 주차장을 가득 메운 코로나-19 사망자 운구 차량을 K-방역을 강조하고 나선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목격하는 순간이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며 떼를 지어 시위에 나섰던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어주기 위한 정부의 통 큰 배려의 혹독한 댓가다.

올 초 400~500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할 때면 즉각적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행했던 정부가 하루 5000~7000명이 쏟아지는 사상 최악의 확진세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버티며 입으로는 ‘특단의 조치’ 카드만 만지작거린다.

도대체 얼마나 효과적인 매머드급 특단의 조치가 나올지 겁도 나고 기대도 된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아예 외출도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될지, 아니면 만만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목줄을 더욱 옥죄는 조치가 될지 고집과 변덕으로 똘똘 뭉친 정부의 대책이 궁금해진다.

그동안 K-방역의 우수성을 세계 곳곳에 알리며 자화자찬에 빠졌던 정부가 위드코로나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초특급 코로나-19 확진 상황에도 방역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걸어 닫아왔다. 무엇보다 위드코로나 시행시기를 늦추자는 의료 전문가들의 제안에도 끝내 묵살하고 일방통행으로 추진했다.

정부의 이 답답한 방역 정책을 지켜본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의 불통에 대해 일갈했다.

“방역당국은 작금의 사태에 맞서기 위해 거리두기 강화를 하려고 하지만 대통령이 완강히 반대해서 안된다고 합니다. 방역당국은 애초 위드코로나 시행시기를 좀 더 늦추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 또한 묵살됐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방역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했습니까? 지금은 또 왜 묵살하고 있는 겁니까? 국민의 위훰을 담보로 얻으려는 것이 무엇입니까? 의료체계가 모든 단계에서 붕괴됐기 때문에 현 방역체계로 감당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역병(疫病)’을 정치적인 프레임을 통해 이끌어 가려 하면 안된다. 어떤 정치의 댓가도 국민의 생명 보다 우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에 앞서 국가적 위기에 봉착할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이, 방역은 의료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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