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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계산하는 양자 컴퓨터는 초고속 계산으로 정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구글 양자 인공지능(Quantum AI) 연구팀이 우주에서 오는 고에너지 방사선인 '우주선(cosmic ray)'이 양자 컴퓨터 동작에 중대한 오류를 일으킨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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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는 정보단위(비트) 하나에 0 또는 1을 담을 수 있지만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중첩으로 '0'과 '1'의 비트 대신 큐비트(0이면서도 1)로 연산하는 신개념 컴퓨터로 초고속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큐비트는 다양한 환경 요인에 의해 외부 방해 물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기존 컴퓨터에서 행하는 오류 검출 정정을 양자 컴퓨터에서 수행하는 양자 오류 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이다. 

구글 연구팀은 양자 프로세서에서 양자 오류 정정 테스트를 했을 때 산발적으로 오류 정정에 실패하는 이상한 현상에 직면했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큐비트에 발생하는 오류가 우주선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선은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고에너지 미립자와 그 방사선, 그리고 이들이 대기 분자와 충돌해 2차로 생긴 또 다른 고에너지 미립자와 해당 방사선의 총칭이다. 대기 분자와 충돌 전의 미립자와 방사선은 1차 우주선, 충돌 후 발생한 고에너지 미립자와 방사선을 2차 우주선이라고 한다.

우주선은 전하 이동 및 보존에 의존하는 기존 컴퓨터에도 오류를 일으키지만, 양자 컴퓨터와는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우주선이 큐비트와 충돌하면 진동 에너지가 포논(phonon)으로 불리는 준입자로 작용한다. 이 포논이 큐비트의 상태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연구팀은 프로세서상의 큐비트를 26개 선택해 단일 양자 상태로 설정하고 프로세서를 공회전 상태로 둔 후 큐비트에 우주선으로 인한 오류가 발생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100마이크로초(microsecond) 사이 큐비트의 전형적인 오류는 26개 중 4개였지만, 우주선과 닿으면 에러율은 26개 중 24개로 급증했다. 

또 프로세서 전체의 큐비트 상태를 추적했는데, 처음에는 우주선과 충돌한 장소에서 가까운 큐비트에 한정된 오류가 포논이 프로세서 전체에 퍼지면서 충돌 부위로부터 멀리 떨어진 큐비트에서도 오류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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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오류 정정은 인접한 큐비트 그룹을 단일 논리 유닛으로 설정해 개별 큐비트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감지한다. 그러나 우주선 충돌로 인한 포논은 준입자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접한 모든 큐비트 상태를 동시에 혼란스럽게 만들어 양자 오류 정정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또 우주선 충돌이 드물게 발생한다면 오류를 포함한 계산 결과를 파기하고 다시 계산해 일단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험에 사용된 비교적 작은 양자 프로세서에서도 10초마다 오류가 발생하는 등 우주선 충돌 빈도가 너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불행하게도, 양자 컴퓨터에 미치는 우주선 영향을 줄이는 방법은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천문학자들이 이미지 하드웨어 설계에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자들은 포논의 확산을 막기 위한 하드웨어 개선에 매진하고 있으며 유사한 해결책을 양자 컴퓨터에서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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