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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흔히 "잠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잠이 잘 온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도 있습니다. 

따끈하게 데운 우유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이루는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요? 과학 미디어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가 이에 대해 해설했습니다. 

따뜻한 우유가 숙면을 돕는다는 설(設)이 탄생한 배경 중 하나로 우유에 포함된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e)을 들 수 있습니다. 트립토판은 그 자체로 정신과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트립토판 대사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생합성되고, 이 세로토닌은 멜라토닌으로 생합성됩니다.

세로토닌은 '행복호르몬'이라고도 불리며 수면과 각성을 모두 유발합니다. 또 세로토닌에서 생합성되는 멜라토닌은 어둠에 반응해 생성돼 일상 리듬에 따라 수면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즉, 트립토판은 궁극적으로 수면을 지원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우유·계란·칠면조·생선·콩·땅콩 등 트립토판을 포함한 식품을 섭취하면 졸음이 온다"는 설은 이론적으로는 옳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유를 마시는 것만으로 졸음을 느끼려면 약 7.6리터(ℓ)에 달하는 많은 양을 마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유 7.6리터에 함유된 칼로리는 약 5000kcal에 달하며 이는 성인 일일 권장칼로리 섭취량의 2배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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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잠자기 전에 7.6리터의 우유를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실제 트립토판이 졸음을 유발할지는 불분명합니다. 중국 화남이공대학 연구팀은 혈액 중 트립토판이 혈액뇌장벽을 넘어 뇌로 보내질 때 우유에 포함된 다른 다양한 아미노산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우유에 포함된 트립토판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화남이공대학 연구팀은 실험쥐를 이용한 2021년 연구에서 우유에 포함된 트립토판 대신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CTH)' 성분이 수면 증강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논문은 농식품화학저널(Agricultural & Food Chemistry)에 게재됐습니다. 

CTH에 포함된 수백종의 펩타이드는 신경신호의 전달을 억제하여 수면을 촉진하는 GABA-A 수용체와 결합해, 쥐의 수면까지의 시간과 수면 시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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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유의 온도는 CTH 등의 물질과 수용체 결합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아직까지 우유가 따뜻한 쪽이 생리적 또는 심리적인 이점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없습니다. 다만 따뜻한 우유는 혈액 순환을 증가시켜 휴식 효과를 제공하거나 내부 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라이브사이언스는 "수면을 목적으로 한 수면제라도 여러 작용 기전이 존재하듯이, 수면에 문제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따뜻한 우유뿐 아니라, 잠자기 전 요가나 가벼운 운동, 카페인을 피하고 잠자기 전에 블루라이트를 보지 않는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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