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검사해야 하나?” RAT 검사 병원 지정 놓고 건물 입주민 간 갈등
동네 의원 의료진 감염되면 책임은 누가?…정부는 “알아서 해라”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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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만일 호흡기전담 클리닉으로 지정된 저희 병원이 RAT(신속항원검사)를 하지 않으면 환자들이 다른 동네로 몰리겠죠? 문제는 저희 병원과 같이 4대 바이러스 보호도구를 갖춘 동네 병·의원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저희가 검사를 거부하면 환자들은 일반 의원을 찾게 되고 목이 아파서 왔는데 확진자예요. 결국 무방비로 노출된 동네 병 의원이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되는 겁니다.” (OO소아청소년과 원장)

동네 병·의원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이하 RAT) 체계가 지난 3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실효성 없이 의료체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사 체계 전환에 앞서 정부가 발표한 호흡기진료 지정기관 신청 병·의원이 1004곳이며 이 가운데 343곳이 RAT를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정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주도하고 나선 검사 체계에 적색등이 켜졌다.

중대본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3일부터 음압시설을 갖춘 전국의 호흡기전담클리닉 428곳 가운데 391곳을 비롯해 코로나-19 진료에 동참키로 한 동네 병·의원 1004곳 중 343곳에서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과 치료에 나서며 343곳 외에도 나머지 병 의원은 준비를 완료하면 순차적으로 진료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진료 및 치료체계 전환으로 PCR 우선 검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대상자는 호흡기전담 클리닉 및 지정된 동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공개했지만 실상은 상반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3일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와 각 포털에 코로나-19 진료가 가능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목록과 운영 시간을 안내했지만 실제 지정 병원 신청서 제출도 하지 않은 병 의원 명단까지 게재되면서 이들 병 의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만을 표하며 선별 진료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인천 미추홀구 거주자 이OO씨는 “심평원 홈페이지에 동네 의원 명단이 있어 오전 일찍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했는데 이 병원은 신속항원검사 신청도 안했다며 선별진료소로 안내했다.”면서 “제대로 공지도 하지 않고 추운 날씨에 헛고생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책 없고 보상도 없는 신속항원검사…동네 병·의원의 고민

병 의원 1004곳 중 우선 343곳이 신속항원검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중대본에 확인한 결과 실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으로 참여한 병 의원은 정부의 주장과 달리 20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36곳은 신청서 제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연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신속항원검사가 시급한 상황에서 동네 병 의원 1004곳 중 343곳이 참여할 것이라던 정부의 말과 달리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RAT 즉, 신속항원검사 지정 의료기관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동네 병 의원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와 중대본, 그리고 관할 보건소가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결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역 체계를 제대로 구축한 일부 병 의원을 제외하고 대다수 바이러스 감염 노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고 병원이 들어선 건물 입주민 간 갈등, 여기에 무증상 확진자가 대거 몰리면서 향후 감염의 온상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부담감에서다.

경기도 OO시 소재 호흡기전담 클리닉 A 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호흡기전담 클리닉의 한계이며. 각 지역별로 따지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클리닉에 많은 확진자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와 실제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인력 부족 상황에서 릴레이 접종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지 여부”라고 토로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인 이 병원은 호흡기전담 클리닉으로 지정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할 보건소에서 RAT 지정 병원 신청을 종용하고 있지만 해당 병원은 환자의 동선, 그리고 검사 후 쏟아지는 폐기물 처리 방안을 놓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연일 3만 명을 웃도는 신규 확진세를 감안할 때 동네 병 의원도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고민하고 있지만 하루 100명 이상 검사를 위해 몰리는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동네 병 의원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RAT는 물론 PCR 검사까지 떠맡기 듯 하는 중대본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A 원장은 “일단 지정 병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RAT는 물론 PCR검사까지 전담하게 되는데 해당 병 의원에 정부의 혜택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라며 “신속항원 전문 키트의 경우 병 의원이 알아서 구입해야 하고 검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확진되더라도 보장은 없다는 답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일반 환자·건물 입주자 갈등…“확진자 몰리는 병원 이전도 고민”

“신속항원검사 지정 병원 신청하셨어요? 이 건물 상가 입주자들 다 망하게 하실려고 작정하셨어요? 상가를 찾는 손님, 심지어 직원들도 무서워서 이 건물에서 일할 수 있겠냐며 퇴사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차라리 병원을 옮기시던지…” (OO소아청소년과 의원 소재 건물 입주민)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병원이 들어선 건물 입주민 간 갈등이다. 호흡기전담 클리닉으로 지정된 소아청소년관 병원이 신속항원검사 병원으로 명단에 오르면서 검사를 받기 위해 내원하게 될 환자들과 혹시라도 검사자 사이에 포함됐을 수 있는 무증상 감염자로 인해 건물 전체가 바이러스에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입주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병원 원장은 “실제 우리 병원은 RAT 신청서도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인데 심평원 홈페이지 등에 지정 병원으로 등재돼 이를 보고 찾아오는 환자들과 불안감을 느낀 입주민들의 문의 때문에 정상 의료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솔직히 지금 심정 같아서는 병원을 이전하고 싶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해당 병원처럼 지정 병원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명단에 게재된 탓에 억울하게 기피 병원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심평원 또는 포털에서 업데이트가 제대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명확한 사실확인 없이 정부나 중대본 브리핑만을 토대로 기사화한 언론도 혼선과 불안감을 가중시키는데 한 몫 거들었다.

A 원장은 “저희 병원은 심평원 자체에도 지정병원으로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마치 전체 호흡기전담 클리닉이 지정화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때문에 혼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해냈다.

한편 이번 신속항원검사 체제 전환을 놓고 방역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방역 정책에 따른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열악한 시설과 인력 등을 감안할 때 RAT 및 PCR 검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동네 병 의원 뿐 아니라 이를 촉매로 전체 의료체계 붕괴 현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C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운 방역체계의 허점이 보이고 있다는 방증인데 일선 병 의원급에서 소화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는 무리한 정책”이라면서 “차라리 PCR 검사는 현재처럼 보건소에서 하고 재택치료는 동네 의사한테 1인당 10명씩 할당하면 되는데 검사를 안하면 재택 진료도 못하게 정해놨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결국 RAT(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는 병원만 재택치료에 참가하라는 논리인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병 의원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면서 “여기에 RAT 15분, 검사 끝나고 소독하고 PCR 검사까지 하다보면 1인당 35분이 소요되는데 이에 따른 수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자가 키트까지 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부담한다면 차라리 일반 환자 진료하는게 속편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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