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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친한 사람이 애용하던 향수나,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음식 냄새 등을 맡으면 문득 그리운 감각을 느끼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쥐의 뇌를 조사하는 실험을 통해, 오감 중에서도 특히 후각이 특정 기억, 즉 '장면'과 강하게 연결된 이유는 이들이 뇌의 같은 네트워크에서 처리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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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냄새를 맡으면 우선 냄새 분자가 코 수용체를 자극하고, 그 자극이 비강 위에 있는 후각구라는 조직에 전해진다. 그리고 냄새 신호가 신경을 통해 후각구에서 뇌 후각 피질에 있는 '이상피질(梨状皮質)' 영역에 보내지면 뇌 안에서 냄새 감각이 발생한다. 한편,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인 해마는 특정 장소에 반응하는 '장소 세포'가 있어, 사람은 장소 세포를 통해 자신이 있는 위치를 파악한다.

이처럼 뇌가 후각 등을 처리하는 개별적인 프로세스는 상세히 알고 있지만, 이들이 밀접하게 연결된 이유에 대한 의문은 오랫동안 신경학자들의 과제였다. 

포르투갈 샹팔리무드 연구소 신디 푸(Cindy Poo) 박사 연구팀은 "야생동물은 냄새·공간적 인식·기억에 의지해 먹이를 찾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러한 요소를 처리하는 쥐의 뇌를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패턴은 아래 동영상 2분 5초경부터 확인할 수 있다. 

실험에는 사방으로 나누어진 십자로가 사용되었다.

십자로에는 감귤류·풀·바나나·식초 냄새가 나오는 장치가 있으며, 냄새가 난 후 냄새에 대응한 방향에서 보상이 나오는 방식이다. 

가령 감귤류의 냄새라면 남쪽에서 물이 나오므로 냄새를 맡은 후에 남쪽으로 가면 물을 마실 수 있다. 이 훈련을 한 결과, 약 3주 후에는 약 70%의 확률로 향에 의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십자로에서 실험하는 동안 쥐의 뇌를 모니터링한 결과, 해마에 있는 장소 세포와 마찬가지로 특정 장소에서 반응하는 세포가 후각을 담당하는 이상피질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실험 중인 쥐의 뇌 내에서는 해마와 이상피질의 반응이 동기화되는, 즉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과 냄새를 처리하는 영역이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오직 후각만이 기억과 탐색에 관여하는 해마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일부 뉴런은 냄새에 반응하고 다른 뉴런은 위치에 반응하며, 또 다른 뉴런은 두 가지 유형의 정보에 다양한 정도로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모든 뉴런은 혼재되어 있고 상호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후각과 공간의 연결도 이번에 발견된 냄새와 위치에 반응하는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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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과 위치를 같은 영역에서 처리하도록 뇌가 진화한 것은 냄새가 장소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지하철역과 레스토랑은 다른 냄새가 나는 것처럼, 자연에서도 숲과 초원, 각각의 동물 터전에서는 다른 냄새가 난다. 이처럼 냄새와 위치를 밀접하게 연결하는 것이 동물 진화 과정에서 유효했기 때문에 같은 네트워크에서 처리하게 된 것이란 설명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재커리 메이넨(Zachary Mainen)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감각이 탐색과 기억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며 "후각이 발달한 쥐와 달리 인간은 냄새보다 시각적인 정보에 의지하는 생물이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 지금까지 간 적이 있는 곳을 떠올려 원하는 곳에 도착하는 과정은 매우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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