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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의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대립인 크림 위기와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을 거치며 위태로웠고,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이미 양 지역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상황이었다. 

이들 지역은 현실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러시아가 지배해 왔다고 영국 뉴스 사이트 데이터센터 다이내믹스(Data Center Dynamics,이하 DDC)가 보도했다. 

DCD에 따르면 2014년 러시아에 편입된 크림반도의 인터넷에는 아래의 세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 우크라이나 통신사업자의 철수가 진행됐다. 한 통신사는 스스로 해당 지역의 자산을 매각하고 철수했고, 또 다른 업체는 무력에 의한 강압으로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둘째, 우크라이나 본토와의 직접 접속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셋째, 러시아 최대 통신사인 로스텔레콤9Rostelecom)이 크림반도에 110Gbps의 해저 케이블인 '케르츠 해협 케이블'을 부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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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통신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본토와의 접속이 불안정해지고, 대신 용량이 부족한 케르츠 해협 케이블이 사용되면서 우크라이나 인터넷은 통신 속도가 크게 저하됐다.

2017년 충분한 성능의 해저 케이블이 정비되었지만, 크림반도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인프라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2017년 중반 우크라이나 본토 ISP에 대한 크림반도 트래픽 제공을 중지하라는 압력이 높아지면서 점차 우크라이나 본토가 아닌 러시아를 경유하는 루트로 데이터가 교환이 이루어졌다. 이후 크림반도의 인터넷은 물리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러시아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우크라이나 동부는 보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과정을 거쳐 본토와의 분리 작업이 이루어졌다. 원래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까지 소련의 일부였기 때문에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인터넷이 혼재해 왔다. 

게다가 러시아는 "동부지역은 우크라이나 내부 분쟁"이라고 주장하며, 개입을 부정하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어떤 조치가 행해졌는지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역과 우크라이나 간의 직접적인 통신이 2014년 이후 급감했다는 사실은 각종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DCD는 지적했다. 

조사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데이터가 폴란드·​​체코·​​독일 등을 경유하게 되어, 통신 지연이 커졌다. 이에 반해 친러 세력이 사용하는 인터넷은 데이터가 직접 러시아와 교환되는 형태로 통신 속도가 매우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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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D는 네트워크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인터넷은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인터넷 속도를 크게 늦춰 간접적으로 러시아측 인터넷에 의존하도록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되면 인터넷 통신 속도가 느려지고 통신 비용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인터넷을 장악함으로써 정보를 감시하고 검열할 위험성도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DCD는 "우크라이나의 인터넷이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화두는 위협받고 있는 현지인들에게는 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전쟁이 만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구 점령과 같은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피점령 지역의 인터넷 접속이 어떻게 될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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