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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전략물자 수출금지와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배제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서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확히 지지하지는 않지만, 앞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긴급특별총회 당시 러시아에 대한 침공 규탄 결의에 기권표를 던졌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대화와 협상이라는 평화적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권고와 촉구를 통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필요한 경우 국제사회와 주선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엄격한 검열이 이루어지 있으며, 강한 어조의 투고는 잇달아 삭제되고 있다고 보도가 나왔다. 

중국 인터넷 검열을 추적 조사하는 프리웨이보(FreeWeibo)에 의하면, 한 이용자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Weibo)에 "불꽃이 하늘을 비추고 내 마음을 때린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나의 동포와 그 가족의 안전을 기원한다"는 글을 올리자 바로 삭제 및 차단 조치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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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에 올라온 "나는 전쟁을 지지한다! 미국과 대만은 지나치다!"라는 내용의 친러 성향의 게시물도 바로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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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세에 따라 중국의 입장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다.  중국내 소셜 미디어의 게시글은 중국 정부의 공식 견해에 따른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 혹은 우크라이나 한쪽 입장의 투고 내용은 바로 검열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우기 나(Yuqi Na)는 IT 전문 매체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중국 온라인 플랫폼은 어떤 콘텐츠를 삭제해야 하는지 매일 검열 지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월 22일, 중국 언론 호라이즌 뉴스(Horizon News)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내부 지시서를 실수로 웨이보에 게재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나 친서구적 내용은 투고하지 않을 것 ▲웨이보에 올라오는 코멘트를 항상 감시할 것▲중국 국영 미디어인 신화통신・CCTV・인민일보가 지정한 해시태그만 사용할 것 등의 지침이 포함됐다. 

중국 국영 미디어와 당국자들은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일축지만, 막상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중국은 불간섭원칙과 주권 존중을 앞세워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몇 주 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VIP 게스트로 초대되는 등 러시아와 중국은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중국이 침공 계획을 사전에 알았으며 그 시기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시점으로 러시아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올림픽 폐막식(20일) 다음날, 푸틴 대통령은 국영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 통제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의 침공 선언 직후, 중국 국영 미디어는 신중한 자세로 보도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보도는 비교적 드물고, 분쟁을 '특수한 군사 작전'이라고 칭하는 등 러시아 보도와 거의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앤서니 사이치(Anthony Saich)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중국의 소셜미디어 상에는 공식적 견해에 따른 기사와 게시물이 있지만, 다양한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인 사이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의 장기적 영향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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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중국 대학교수 5명은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SNS에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문은 삭제됐지만 이미 다양한 경로로 확산된 이후였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주권국가를 침략하기 위한 러시아의 무력행사는 유엔헌장에 근거한 국제관계 규범을 짓밟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공식 견해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며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해당 성명이 확산된 이후,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중국 각 소셜미디어에서 점차 등장하게 됐다.  

사이치 교수는 "중국 소셜미디어는 러시아에 대한 극단적 비판과 극단적 옹호 내용을 삭제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사태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웨이보는 이미 1만 건에 달하는 계정을 일시중지 혹은 삭제 조치했으며, 이와 관련해 "사용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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