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삼척시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근 들어 유난히 산불 소식이 늘어나고 있다. 눈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고 '태풍급' 강풍까지 겹치면서 작은 불씨가 큰 산불로 이어진다. 

13일 오전 9시를 기해 경북과 강원 동해안에 내려진 ‘재난사태’가 드디어 해제됐다. 이번 산불은 국내 사상 최장기간 이어지며 최대 피해를 남긴 산불로 기록됐다. 

◆ 날로 커지는 산불 피해 

피해는 매년 커지는 추세다. 올해 발생한 국내 산불의 주요 원인은 담뱃불과 방화와 같은 실화지만, 산불이 이처럼 장기화된 것은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행정안전부는 2011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직접적 경제 피해 규모가 675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 피해는 17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경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은 산불 발생 213시간 만인 13일 오전 9시에 잡혔다. 열흘간 이어진 화재로 ▲서울 면적의 41.2%에 해당하는 2만4천940ha의 산림피해 ▲주택·공장·농축산 시설 등 총 643개소의 시설물 피해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산불 급증은 세계 곳곳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대표적 산불 피해로 기록된 2019년 9월 호주 산불의 경우 동남쪽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주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번지면서 6개월간 이어졌다. 최악의 대형 산불은 총 445명을 목숨을 앗아갔으며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숨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호주의 초대형 산불로 인한 연기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호주로 다시 되돌아온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산불의 영향은 육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해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남미와 뉴질랜드 사이에 펼쳐진 남극해 북부에서 호주보다 넓은 범위에서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급증 현상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서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발생은 지난 20년 이상 위성 기록상으로 전례 없는 것이며, 약 4개월 동안 이어졌다. 호주 산불의 연기가 성층권 바람을 타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이동해 연기에 들어있는 철분이 바다로 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이번 국내 산불로 발생한 에어로졸(대기중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 역시 수백~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 잦아지는 산불, 지구촌 위기 알리는 경고등 

최근 많은 전문가들은 산불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온난화'를 꼽는다. 특히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국내 산불의 특징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온난화로 한결 포근해진 겨울, 적설량이 적고 건조특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겨울 산불이 늘어났다. 겨울 가뭄도 심각해 봄철 대형 산불도 잦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미 국내 산불 발생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와 토양이 건조해지면서 산불 위험도 높아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연간 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1980년대-238건 ▲1990년대-336건 ▲2000년대-523건 ▲2010년대-440건 ▲2020년대 -474건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3월 일 기준 228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산림청

더 우려스러운 사실은 과도한 탄소배출이 몰고 온 고온 건조한 이상기후가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나아가 지구온난화가 더 많은 산불의 주범이 되고, 산불은 막대한 탄소 배출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과적으로 이번 산불 사태와 같은 위기를 가중시킨다. 

심각한 기후 위기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일은 산불만이 아니다.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극단적 고온 현상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그린란드 대륙 빙하 해발 3216m에 위치한 서밋 캠프에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고, 지난해 여름은 142년 만에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상위 5위 모두 최근 5년 동안 집계된 것이다.

2021년 10월 말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구 온도 1.5도 이내 상승 억제를 위한 범세계적 기후 행동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구온난화, 이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의 속도를 막겠다는 적극적인 행보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의된 각국의 약속이 설령 지켜진다 하더라도 산업화 이전보다 2.4도 높은 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왕립기상학회 리즈 벤틀리 회장은 "인류는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이 몇 도 깨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부서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실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