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삼성전자 등 아시아 반도체 견제 위해 연이어 대규모 투자
유럽에 제조 인프라·R&D 허브 구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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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텔이 반도체 생산 거점 마련을 위해 투자 파상공세에 나섰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불균형 속에 인텔이 3월 15일(현지시간) 유럽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인텔은 독일에 새로운 반도체 제조 기지를 건설하는 한편, 프랑스에 연구개발시설을 신설하고 아일랜드·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에서도 투자에 나선다. 

이번에 밝힌 총 투자액만 330억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이 계획은 팻 갤싱어 CEO가 취임 당시 발표한 'IDM 2.0' 구상의 일환이다. 

아울러 앞으로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해 800억유로(약 1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갤싱어 인텔 CEO는 지난 1년여 동안 유럽 각국 정상들을 만나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를 어필하며 지원을 요청해 왔다. 이번 투자 발표는 인텔이 공을 들인 유럽 진출 전략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텔의 유럽 투자는 유럽연합(EU)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EU는 지난 2월 반도체 품귀에 대응하고 미국 및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 반도체칩법을 제정하는 한편, 반도체 부문에 약 430억유로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EU 회원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약 9%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유럽연합의 반도체 연구개발과 제조에 33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밝힌다. 아일랜드·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거점을 확충할 계획이다"라며 EU 각지에서 제조 및 연구개발 거점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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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170억 유로를 들여 독일에 신설할 최첨단 반도체 제조 거점이다. 구 동독지역인 마그데부르크에 건설되는 2개 반도체 공장으로 구성된 거점은 2023년반에 착공 예정이다. 2027년에 가동이 시작되면, 인텔이 2021년에 발표한 인텔20A 및 인텔 18A 노드를 포함한 차세대 인텔 제품과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Intel Foundry Services)를 통해 유치한 타사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아일랜드의 공장에서는 120억 유로를 들여 기존 생산시설을 2배로 확장해 인텔4노드 반도체 칩을 제조할 계획이다. 

프랑스에도 인텔 고성능 컴퓨팅과 인공지능 설계를 담당하는 연구개발 거점이 들어서고, 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에서도 기존 설비 확장 및 새로운 거점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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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싱어 CEO는 발표에서 "우리가 이 정도의 투자를 하는 것은 세계에 반도체, 즉 칩에 대한 끝없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가 디지털화될수록 반도체는 점점 더 핵심이 될 것이다. 인텔은 유럽과 함께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인텔의 투자 폭격에 시장판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이끌었던 세계 반도체 생산 거점은 이제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된다.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육성 의지를 등에 업은 인텔의 적극적 행보로 인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3사 간 각축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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