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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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전 세계의 찬사를 받던 K-방역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건만 대한민국 코로나-19 방역 컨트롤 타워 최고 수장은 역대 가장 많은 확진자가 쏟아지던 날 우연찮게 해외 순방길에 오르셨네.

불안과 좌절의 시간을 가까스로 버티는 민생의 쥐어짜는 탄식은 꺼질 줄 모르는데 순방길 비행기에 오른 총리의 만면에는 해맑은 미소만 가득하니 이 어찌 비통하지 않을까?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37만 명 수준이면 정점이라던 정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호들갑스러운 정부의 빗나간 예측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실험정신 팽배했던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은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부터 재앙의 불씨를 지폈다. 하루 확진 100명만 나와도 세상이 무너질 듯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던 정부가 해외 사례를 꺼내 들며 단계적 완화책을 펼친 결과는 참담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전 강화된 방역 규제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통곡 소리가 하루도 끊이지 않았고 소모임 인원 제한과 외출 자제로 발목이 묶였던 국민이 정부의 ‘찔끔 완화’로 거리로 쏟아졌다. 그리고 잠깐의 자유의 대가(代價)는 확진자를 폭발적으로 양산했다.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위드 코로나의 실패…해외 사례를 빗대 말 그대로 모험에 나섰던 위드 코로나 정책의 한계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죽어라 힘든 고개를 넘고 넘어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는데 목적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후폭풍이 거셌다.

위드 코로나는 시기상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던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귀를 굳게 닫았던 아마추어 정부, 또다시 K-방역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찔끔 완화책 후폭풍은 다시 한번 국민과 소상공인을 괴롭혔다.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귀를 닫았던 고집스런 정부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전 국민 백신 접종 완수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백신 접종 완전 정복만이 위기의 K-방역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집요함을 자극했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 탓에 사람들이 죽어 자빠져도, 반신불수로 전락해도 ‘인과성 없음’ ‘기저질환자’라는 명분 하나면 책임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했다. 백신의 위험성이 연일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면 정부는 딱 한 마디로 일축했다. “백신을 접종하면 감염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이다.

접종을 회피하거나 완료하지 않은 국민은 ‘미접종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백신 소수자’로 전락했고 방역 패스 정책의 최대 피해자로 추락했다. 약물 부작용 불안감에도 목숨을 걸고 백신 접종에 나서야 했던 이들도 적지 않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의 실패한 위드코로나의 책임이 어느 순간부터 미접종자 탓으로 둔갑하더니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보다 더 강력한 ‘방역 패스 정책’이 시행됐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국민, 특히 약물 부작용에 따른 트라우마가 있거나 백신 부작용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정부의 백신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이른바 ‘미접종자’가 코로나-19 감염원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백신 미접종을 강조하며 인권 유린에 가까운 방역 팩스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전보다 더 많이 속출했다. 방역 패스 강화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볼멘 소리는 더 높아졌고 확진자가 늘어나는 만큼 의료체계 역시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일관되지 못한 정부의 방역 실패가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책임지는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정부, 지금까지 진행했던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방역 시스템을 바꿔 이번에는 전국 동네 병·의원을 앞세워 전혀 낯선 방역 시스템을 제안했다.

선별 진료소가 아닌 동네 병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고 확진자는 시설이 아닌 재택에서 자가 격리를 통해 알아서 치료하라는 일명 ‘각자도생’을 시행하고 나섰다. 그리고 정부는 전 국민 선별 진료에서 벗어나 위·중증 및 사망자에 집중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가족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확진되더라도 자가 격리를 해제한다는 해괴망측한 궤변도 늘어놨다. 위드 코로나 이전 300~500명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면 그 난리법석을 펼쳤던 정부가 전 국민 백신 접종 80%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연일 10만~20만 명 수준의 경신 기록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독감 수준 취급하며 미온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하루 확진자 30만 명이 속출하고 있지만 개학에 앞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독감’과 즉각적인 선별진료를 강조하며 대면 수업을 강행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10만, 20만, 30만 명을 돌파한 확진자는 결국 지난 17일 62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전 세계 신규 확진자 4명 중 1명이 K-방역 자화자찬에 빠졌던 대한민국에서 나왔다.

1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하다는 병실도 이미 포화 상태이다 보니 제때 관리가 되지 않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사망자는 지난 보름 새 1000명 단위를 넘어서더니 62만 명을 돌파한 17일 400명을 넘어섰다.

임기 내내 국민과 자영업자들을 괴롭혀 왔던 K-방역의 민낯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대목이다.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았던 K-방역의 결말이 전 세계 최악의 K-방역으로 전락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전 세계 확진자 4명 중 1명이 대한민국에서 쏟아진 17일,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방역 최고 수장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터키와 카타르 2개국 순방에 올랐다.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하루 확진자 62만 명과 400명이 넘는 국민이 생을 마감한 그날 김 총리의 해외 순방길을 지켜본 국민은 먹먹했다.

하루 확진자 62만 명이 발생한 이날 순방길에 오른 김 총리의 목적은 터키에서 완공된 세계 최장 현수교 차낙칼레 대교 개통식 참석에 이어 카타르에서 칼리드 빈 칼리파 빈 압둘아지즈 알 싸니 총리 면담을 통해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를 위함이라고 한다.

물론 국가적 행사인 만큼 참석은 불가피 하다. 하지만 비행기 위에 올라서 배웅 나온 관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던 김 총리의 얼굴에 비친 눈웃음과 그의 발걸음은 왜 그렇게 가벼워 보였는지 지금 칼럼을 작성하고 있는 기자의 심정은 먹먹한 국민 가슴만큼이나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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