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약임을 알아도 '플라세보 효과' 있을까?
가짜 약임을 알아도 '플라세보 효과' 있을까?
  • 김정은 기자
  • 승인 2022.04.25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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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란 실제로 생리학적 효과가 없는 위약(僞藥) 즉, 가짜 약이라도 복용하면 일정한 상태 호전이나 유익한 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심리학 미디어 프시케(Psyche)에 따르면 이러한 플라세보 효과는 약을 복용하는 본인이 위약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 미식축구 선수인 마숀 린치(Marshawn Terrell Lynch)는 고등학교 시절, 경기 전이면 불안감을 느끼고 때로는 심한 메스꺼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린치 선수는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여의치 않았다.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스키틀즈(과일 맛 사탕)를 먹으면 위가 진정되고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경기 전에 스키틀즈를 먹게 되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경기전에 오는 불안이나 메스꺼움이 크게 줄면서 경기력도 더 향상됐다. 

당연히 스키틀즈는 단순한 사탕이며 특별한 생리적 효과는 없다. 그럼에도 린치 선수는 항상 스키틀즈를 먹고 경기에 임했다. 

매체는 린치 선수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스키틀스를 먹는 것이 경기 전 시시한 루틴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스키틀즈를 먹으면 퍼포먼스가 향상된다는 믿음에서, 린치 선수는 매우 현실적인 현상, 즉 '플라세보 효과'를 경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플라세보 효과는 우울증·통증·천식·파킨슨병·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과 증상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임상 시험으로 입증됐다. 프시케에 따르면 신약이 승인 전 임상을 통과하기 어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신약이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닌, 위약 효과가 너무 강해 신약이 이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플라세보 효과는 임상적 효과가 확인되었지만, 실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에게 진짜 약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복용하도록 하는 윤리적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약 처방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나 스키틀즈가 단순한 사탕임을 알고 있는 린치 선수처럼, 이미 위약임을 알고 있어도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는 '비맹검(open-label) 플라세보'라고도 불리며 최근 새로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010년 연구에서는 과민성 장증후군(IBS) 환자를 무작위로 비맹검 플라세보로 치료하는 그룹과 치료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누었다. 연구팀은 비맹검 플라세보 그룹에서 몸이 위약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강력한 효과를 확인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One(2010)

21일 동안 위약을 복용한 실험 참여자는 유효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위약임을 알고 있었지만, 치료하지 않은 그룹보다 IBS 증상이 적게 나타났으며, 삶의 질도 향상되었다고 보고했다. 유사한 결과는 IBS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1년 연구에서도 재현되었다.

ADHD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도 비맹검 플레세보 효과를 보였다. 또 정신적 고통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봤을 때 비맹검 플라세보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한 실험에서도 고통 경감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자가 신고뿐 아니라 뇌의 전기적 활동으로도 입증된 것이다. 

비맹검 플라세보가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와 관련해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첫 번째 가설은 "치료가 유익하다고 믿는 실험 참여자의 기분이 실제로 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실험의 경우 플라세보 효과를 믿을 필요는 없다고 되어 있지만, 개방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이 장려되고 있다. 알레르기에 관한 연구에서는 플라세보 효과를 믿는 실험 참여자에 한해 효과가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Health Psychol(2019)

두 번째 가설은 "신체가 특정 행동 및 의식과 유익한 효과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두통일 때는 두통약, 감기에는 감기약을 먹는 '약 먹기'와 '증상 개선'의 관련성을 반복 학습하고 있다. 따라서 비맹검 플라세보의 경우에도 이 조건을 몸이 기억해 증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프시케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가설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치료를 받는다는 행위 자체가 실험 참여자 본인의 심신에 대한 주의력을 높여, 시간 경과와 함께 증상 개선을 더 잘 깨닫게 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맹검 플라세보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IBS와 같은 특정 질병뿐만 아니라 린치 선수의 경우처럼 스트레스와 불안에 대처하고, 진통제와 ADHD 치료약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시케는 "비맹검 플라세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향후 10년간의 연구가 큰 영향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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