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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 3월에 개봉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문폴(Moonfall)은 달이 지구로 떨어지는 전대미문의 재난영화다. '2012'와 '투모로우'로 친숙한 에머리히 감독의 새로운 작품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미지의 힘이 달을 궤도에서 밀어내고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지구 멸망을 목전에 두게 된다.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은 붕괴되고, 거대한 해일·지진·화산폭발·쓰나미 등이 한꺼번에 지구를 덮쳐 혼돈에 휩싸인다.

이 영화는 지구와 달의 충돌까지 남은 시간인 약 30여일 동안 주인공(NASA 연구원 ‘파울러’(할리 베리)·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우주 덕후 ‘KC’(존 브래들리)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수십억 년 동안 지구의 가까운 동반자인 달이 영화처럼 궤도를 이탈해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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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매우 얇은 가스층으로 둘러싸인 암석질 천체다. 지구에서 약 38만 4000km 떨어진 궤도를 공전하며 질량은 약 7000경 톤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달이 형성된 것은 지구와 거의 같은 약 45억 년으로 알려져 있다. 

달의 형성과 관련된 대표적 가설은 초기 지구에 화성 크기의 거대 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겼다는 '자이언트 임팩트설(거대충돌설)이다. 이외에도 화성의 약 5배 정도의 천체가 충돌해 지구와 달이 동시에 생겼다는 설과 작은 천체가 여러 번 충돌을 반복해 달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먼 과거 달이 형성될 정도로 대규모 충돌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이나 달의 표면에 소행성 등이 충돌해 생긴 크레이터가 대량으로 존재하는 것을 보면, 또 한번 대규모 천체 충돌이 일어나 달이 궤도를 벗어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러나 NASA 제트추진연구소 지구접근천체연구센터(CNEOS) 폴 초다스(Paul Chodas) 연구원은 "달에 존재하는 크레이터 대부분은 태양계에 많은 암석이나 소행성이 떠돌던 수십억 년 전에 생긴 것"이라며 "현재는 당시만큼 태양계를 떠도는 천체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구와 달에 충돌하는 물질이 적어지면서 충돌 횟수도 크게 줄었다.

CNEOS는 소행성이나 혜성 등 지구 근방의 천체를 특정하고 추적해, 지구나 달 등에 위협이 될지를 판단하고 있다. CNEOS가 추적하는 지구 주변 천체는 약 2만8000개 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달 부근에는 더 강한 중력을 가진 지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변의 천체는 달이 아닌 지구를 향한다.

또 천체와 충돌해 달의 궤도가 바뀌기 위해서는 충돌 천체의 크기도 중요하다. 조다스 연구원은 "달은 크기 때문에 (궤도를 바꾸려면) 고속으로 부딪히는 거대한 천체여야 한다"며 "달의 궤도까지 바꾸려면 달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가 충돌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1972년 4월 달에 충돌한 아폴로 16호 부스터 로켓 충돌 지점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태양계에 존재하는 기존 소행성 가운데 달과 비슷한 크기는 없다. NASA에 따르면 태양계에 존재하는 최대 소행성조차 질량은 달의 70분의 1 이하이며 지구에서 약 1억8000만km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를 돌고 있다. 또 로켓 등이 달에 추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정도로 달의 궤도를 바꾸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밤하늘에 뜨는 달이 영화 문폴처럼 실제로 궤도를 이탈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극히 낮으니 걱정은 접고 영화 속 풍부한 상상력을 즐겨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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