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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야생 침팬지 울음소리를 5000회 녹음해 해석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침팬지는 12가지 다른 울음소리를 복잡하게 조합해 390개에 달하는 '구문(vocal sequences)'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류는 소리를 조합해 단어를 만들고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다른 생물에게는 없는 이 능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동물 발성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 대부분은 단발 울음소리를 사용하며 소리를 조합해 일련의 음성 패턴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장류 중에서도 특히 인류에 가까운 침팬지는 여러 울음소리를 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울음소리 레퍼토리 전체를 망라해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연구팀은 코트디부아르 태국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3개 침팬지 무리를 조사해 야생 서부침팬지(Pan troglodytes verus) 46마리의 음성을 총 900시간에 걸쳐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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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된 5000회의 울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침팬지의 울음소리는 으르렁거리는 소리·야유하는 소리·고함치는 소리·우는소리·숨을 들이마시면서 내는 헐떡이는 소리 등 다양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음성을 총 12가지에 달하는 기본단위의 울음소리로 분류했다. 

가령 단체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먹이를 발견했을 때 사용하며, 헐떡거리는 소리와 조합한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복종의 의미를 담아 인사를 할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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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추가 분석을 진행한 결과, 12종의 울음소리는 '단발', 2개가 조합된 '이중음(bigrams)', 3개가 조합된 '삼중음(trigram)'으로 구분되며, 조합방법이 무려 390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침팬지 발성은 12가지 울음법이 단발·이중음·삼중음 이상의 시퀀스로 유연하게 사용되고 있어 수백 가지의 다른 의미를 부호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인간의 언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한 문장의 조합에 비하면 상당히 작지만, 그동안 영장류 발성으로 추정된 이상의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석 저자인 캐서린 크록포드(Catherine Crockford) 박사는 "이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첫 번째 연구"라며 "인간과 같이 사회적으로 복잡한 종인 야생 침팬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고유한 언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데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향후 음성 조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와 침팬지가 소통할 때 화제의 폭을 넓힐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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