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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1978년 심리학자 폴린 R. 클랜스와 수잔 A. 임스가 제창한 개념이다. ‘임포스터(imposter)’는 사기꾼 또는 협잡꾼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이다.

이는 "자신의 능력이나 업적은 과대평가되고 있으며, 성공하거나 칭찬할만한 사람이 아니다" 혹은 "자신의 성공은 노력이 아닌 순전히 운이기 때문에 이제껏 주변 사람들을 속여 왔다"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가면 증후군에 대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가면 증후군이 팀워크나 협조성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경영학회 저널(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게재됐다.

가면 증후군을 제창한 클래스와 아임스는 능력을 입증한 증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특히 경력이 많은 성공한 여성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의 연구에서도 가면 증후군은 경력이 우수한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유색 인종이나 문화적 마이너리티의 학생에서 더 쉽게 나타난다는 사실 등이 확인됐다. 

자존감 저하나 정신건강 문제와 같은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기 쉬운 가면 증후군이지만, 이를 겪는 사람들은 반대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MIT 슬론경영대학원버시마 투픽(Basima Tewfik) 조교수 등 연구팀은 4개의 서로 다른 조사와 실험을 통해 총 3603명의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가면 증후군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투자 운용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조사에서는 조사 시작 시점에서 가면 증후군 경향을 보인 직원은 상사로부터 "동료들과 비교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으며 생산성에 별다른 결점도 보이지 않았다. 조사 시작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상사로부터 "대인 관계에 있어서 동료보다 유능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사(연수의) 대상 조사에서는 가면 증후군 경향을 보이는 의사는 환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교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투픽 교수는 "가면 증후군 경향을 보이는 의사들은 환자로부터 유능하고, 공감에 능하며, 이야기를 잘 듣고 정보를 잘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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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동영상 분석 결과 가면 증후군 경향을 보이는 의사는 그렇지 않은 의사에 비해 더 많이 환자와 시선을 맞추고 몸짓 손짓을 하며 환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요인들이 환자들로부터 유능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연구팀은 다양한 업계에서 일하는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진행한 실험을 통해 가면 증후군 경향을 보이는 실험 참여자와 타인 지향적 경향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타인 지향적 경향을 가진 가면 증후군 사람들은 모의 면접관으로부터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기 쉬웠다.

결론적으로 가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타인 지향형인 경우가 많고, 그 결과 능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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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직장에서 스스로를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가면증후군과 그 영향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가면 증후군은 자존감 저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면 증후군의 확산을 장려하거나 반대로 무시·부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다른 직원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직종을 대상으로 했지만, 대인 관계가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타인 지향형이라해도 일하는 상대가 적기 때문에 장점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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