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쥐는 뭐든지 잘 먹는 잡식성 동물이지만, 최근 수컷 쥐가 '바나나 냄새'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짝짓기를 경험하지 못한 수컷은 짝짓기 경험을 한 수컷에 비해 바나나 냄새에 훨씬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

수컷 쥐가 바나나 냄새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사육하는 수컷 쥐가 임신 중인 암컷 쥐 근처에 있을 때 암컷에서 나오는 독특한 냄새 물질 때문에 평소와 매우 다른 행동을 취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수컷 쥐를 케이지에 넣은 뒤 암컷이 내뿜는 다양한 냄새를 맡게 한 뒤 수컷이 통증(열원)에 반응할 때까지의 시간을 조사했다.

아래 그림은 세로축이 통증에 대한 반응 시간을 나타낸다. 'n-펜틸 아세테이트'(n-pentyl acetate)를 맡은 수컷 쥐의 반응 시간이 가장 느린 것을 알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

생물은 스트레스를 느낄 때 통증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n-펜틸 아세테이트가 수컷 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n-펜틸 아세테이트는 바나나의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성분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시판 바나나 오일향을 수컷 쥐에게 맡도록 한 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바나나 오일향을 맡은 수컷도 통증에 대한 반응이 둔해져, 바나나 냄새가 수컷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

연구팀에 따르면 통증 반응이 둔해지는 현상은 짝짓기 경험이 없는 수컷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컷 쥐 중에서도 짝짓기 경험이 없는 개체는 갓 태어난 쥐에 대한 공격성이 높다. 

연구팀은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쥐가 새끼를 수컷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n-펜틸 아세테이트를 방출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논문에 참여한 사라 로젠(Sarah F. Rosen) 박사는 "쥐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며, 대부분 냄새를 통해 이루어진다. 임신 및 수유 중인 암컷의 소변에서 나오는 n-펜틸 아세테이트는 특히 수컷 스트레스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는 새끼 보호를 위한 암컷의 강력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