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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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 한국의 ‘민폐 여름 불청객’ 모기가 알고 보니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대재앙급 빌런’이었다.

기온이 상승하며 ‘여름 불청객’ 모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올해도 변함없이 등장한 민폐 엑스트라를 짜증스러워하며 모기퇴치제와 모기약 정도를 구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정도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모기가 ‘대재앙급 빌런’이라고.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일지 모른다. 하지만 통계로 봤을 때 연간 지구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 1위가 모기다. 연간 70만 이상이 모기에 물려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이후 순위로는 사람(약 44만명), 뱀(약 10만명), 개(약 3만5000명) 등이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 서식하는 모기들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인 말라리아, 필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서나일열, 일본뇌염 등을 옮겨 매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에게도 치명적인 심장사사충을 옮기는 등 22종의 전염병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단순 흡혈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가려움증만을 유발한다면 짜증은 나지만 이해할 순 있다. 하지만 세균과 바이러스를 옮겨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인류의 적’이라면 지구에서 사라지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모기의 유전자 조작 연구를 통해 숫모기의 생식 능력은 그대로 두지만 짝짓기를 통해 낳은 모기의 유충을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게 하는 기술도 개발이 됐다. 이 기술이 적용된 모기를 2년에 케이맨 아일랜드에 방생했고 근처 지역보다 모기 개체 수 96%를 줄이기도 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브라질에서도 이집트 숫모기를 대상으로 유전자 변형 방법을 통해 개체 수를 줄이는 또 다른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총 5차례 걸친 실험이 진행됐고, 약 90%의 개체 수를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낳은 모기의 유충 중 4%는 죽지 않고 성체가 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유전자가 변형 모기가 저항성을 갖고 더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모기가 멸종하면 생태계에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수십 종의 동물들이 멸종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새, 박쥐, 물고기, 개구리 등 모기 유충을 먹이로 하는 동물들이 대체 먹이를 찾지 못해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기는 벌과 함께 꽃가루의 수분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존재다. 이 때문에 모기가 사라진다면 수많은 나무와 식물들도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모기가 멸종해도 생태계의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의견 대립이 계속되는 한 인간과 모기의 ‘적과의 동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물론 현재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흡혈하는 모기종 대신 모기유충을 먹이로 하는 유충의 성체인 광릉왕 모기를 번식시켜 방생하는 방법으로 흡혈 모기를 줄여가는 방법을 실험 중이다.

또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은 같지만,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변형이 아닌 항말라리아 유전자를 전파해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 전염을 억제하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모기의 번식이 진행됨에 따라 말라리아 전파할 수 없는 모기로 변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니콜라이 윈드비클러 연구팀은 eLife를 통해 “감비아학질모기(Anopheles gambiae)에게서 피를 빨아 먹은 뒤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확인하고, 이 유전자를 항말라리아 유전자로 대처한 결과 교정된 모기의 항말라리아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또 항말라이아 유전자를 가진 모기와 일반 모기 사이에서도 항말라리아 유전자를 가진 모기가 태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윈드비클러 교수는 “이 새로운 접근법은 말라리아 종식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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