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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의료분야 연구는 환자뿐 아니라 쥐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1억2000만 마리의 쥐가 매년 이러한 실험에 사용된다.  

캐나다 겔프대의 조지아 메이슨(Georgia Mason) 생물학 교수 연구팀이 "실험동물이 사육되는 환경에서 받는 만성적 스트레스가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켜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BMC 바이올로지(BMC Biology)'에 게재됐다. 

각국 연구팀은 암·관절염·만성 통증 등 다양한 질병 연구에 실험쥐를 쓰고 있으며, 그 결과를 기본으로 사람 대상 연구나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하지만 실험실 사육환경 자체가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실험 결과에도 변화를 미쳐 정확한 연구를 방해하게 된다. 

이에 메이슨 교수 연구팀은 심혈관질환·암·뇌졸중 등의 질병과 쥐의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 200건 이상의 연구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사육 환경이 동물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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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기존의 작은 실험용 케이지(사육장)'와 '돌림판·둥지상자·여유 공간·놀이터 등이 있는 케이지'에서 사육된 실험동물을 비교한 결과, 전체적으로 작은 케이지에서 자란 실험동물이 질병에 걸리기 쉽고 질병 정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은 케이지에서 사육된 실험동물은 사망 위험이 높고 평균 수명도 9% 짧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좁고 자극이 적은 케이지에서 생활하는 쥐는 실험동물로 적절한 모델이 되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선 연구에서도 실험동물이 ▲수컷에 치우쳐 있고 ▲과체중인 개체가 많으며 ▲적정온도보다 추운 환경에서 사육되어 인지능력이 낮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연구팀은 실험동물과 관련된 이러한 문제가 '생물의학 연구 재현성이 낮다'는 과제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과거 연구에서 실험동물의 사육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실험 결과가 나온 바 있어 메이슨 교수는 이 문제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실제로 2015년 연구에서 '전 임상연구 결과의 50%는 다른 연구팀이 재현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험동물에 기인한 실패가 수십 퍼센트 포함되어 있다면 매년 거액의 자금이 '실험동물 사육환경이 나빠 재현할 수 없는 쓸모없는 연구'에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전임상 연구가 유망하더라고 사람에게 응용할 수 있는 비율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실험동물의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큰 의의가 있다.

메이슨 교수는 실험쥐가 생활하는 케이지를 건강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인식하고 수정·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통해 사람 건강의 다양한 사회적 결정 요인을 보다 잘 모델화할 수 있는 동시에, 동물의 행복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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