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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어린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바로 울거나 화를 내지만 어른은 싫은 일이 있어도 그다지 내색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약한 부분이나 속마음을 남에게 꺼내 보이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 게재됐다.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은 아프거나 힘들어도 눈에 보이는 사인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수의사나 동물을 돌보는 사람은 혈압·심박수·호르몬 수준 등의 측정에 의존한다. 반면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표정에 드러나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등의 행동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방 알 수 있다.

원숭이나 유인원 등에서도 매우 유사한 스트레스 사인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사인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왜 나약함을 스스로 내보이는 행동이 발달했는지는 오랜 수수께끼로 여겨져 왔다.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에게 가벼운 스트레스를 주고 그것을 남에게 보이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서는 우선 실험 참여자가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것을 꼬치꼬치 캐묻거나 프레젠테이션이나 면접 연습을 하고 난 후 바로 어려운 수학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후 연구팀은 수학시험을 치르는 실험 참여자 영상을 다른 그룹에 보여주고 그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영상을 본 그룹이 평가한 스트레스의 정도와 테스트를 본 그룹이 자진 신고한 스트레스 정도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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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에 대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꽤 능숙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친한 친구만 감지할 수 있는 애매한 신호가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상대의 스트레스를 판단하게 한 결과라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평가 그룹에게 "첫인상에서 이 사람에게 얼마나 호감을 느끼나요?"라는 질문을 한 결과, 실험 참여자의 스트레스 행동 유무·빈도와 호감도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즉, 스트레스 사인을 자주 보내는 사람이 보는 사람에게 호감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인 사인으로 보내는 사람이 더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보다 정직한 사람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제이미 화이트하우스(Jamie Whitehouse) 교수는 "우리는 일반적으로 남에게 약점을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면 사회적 지원과 연결고리를 얻기 쉬워지는 측면이 있다. 사람은 어떤 동물보다도 협동심이 높아 정직한 사람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힘들 때나 어려울 때는 그것을 혼자 감당하지 말고 드러내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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