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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컴퓨터와 자동차 엔진 등의 기계는 가동 중 종종 뜨거워진다. 건강한 인간의 뇌도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뜨거우며, 뇌 심부에서는 40도를 넘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브레인(Brain)'에 게재됐다.  

그동안 사람의 뇌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뇌 모니터링이 필요했기 때문에 관련 연구는 뇌 손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데이터에 의존했다. 하지만 뇌 스캔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기공명분광법(MRS)을 통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건강한 인간의 뇌 온도 측정이 가능해졌다.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등 연구팀은 20세~40세의 건강한 실험 참여자 40명을 모집해 에든버러 왕립진료소에서 오전(9시~10시)·오후(16시~17시)·심야(23시~0시) 3차례에 걸쳐 뇌 온도를 측정했다. 실험 참여자에게 스캔 일주일 전부터 손목에 활동 모니터링 장치를 장착하도록 해 체내 시계와 개일 리듬(생물학적 리듬),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데이터도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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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결과, 실험 참여자의 평균적인 뇌 온도는 38.5도로 건강한 사람의 입안에서 측정한 체온보다 2도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온도는 잠들기 전 가장 낮으며 오후에 가장 높은 주기가 존재하며 하루 변동폭은 평균 약 1도였다. 측정한 최고 뇌 온도는 40.9도에 달했다.

또 뇌온도는 바깥쪽보다 안쪽이 높고 여성의 뇌는 남성의 뇌보다 평균 0.4도 정도 높았다. 뇌 심부의 온도는 나이가 들면서 20년간 평균 0.6도 높아지는 점 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남녀 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여성의 월경주기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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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와 함께 중도 이상의 외적 뇌 손상을 입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환자의 뇌 온도 데이터도 수집해 건강한 실험 참여자와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 손상을 입은 그룹은 뇌 온도 폭이 32.6도~42.3도로 넓었다. 하루에 뇌 온도 주기변동이 있었던 비율은 약 25% 정도였으며 뇌 온도 변화가 있는 환자일수록 생존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어디까지나 상관관계만을 나타낸 결과지만 환자의 뇌 온도 주기가 생존율을 예측하는 유효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존 오닐(John O'Neill)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란 것은 건강한 인간의 뇌가 몸의 다른 부위에서는 발열로 진단되는 온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이 고온을 보이는 사례는 확인됐지만 손상 때문일 것으로 여겨졌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인간의 뇌 온도 맵이 뇌 기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하루 뇌 온도 리듬의 혼란이 치매를 포함한 몇몇 만성 뇌 질환의 조기 바이오마커로 이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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