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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간의 뇌에 영향을 미쳐 회복 후에도 집중력이나 인지기능이 저하되기도 하며, 중증 코로나19는 20년치 노화 수준의 인지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학과 이스트캐롤라이나 대학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가 파킨슨증후군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 파킨슨병 운동 장애 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운동 장애'(Movement Disorders)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 감소로 도파민이 부족해지고 손떨림 등의 운동장애를 나타내는 신경변성 질환이다. 증상이 진행되면 자력보행조차 어려워지는 난치병이자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약물 투여·정신질환·뇌염 등 이후에 파킨슨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 즉 어떤 원인으로 발병하는 경우에는 '파킨슨증후군'이라고 한다.  

파킨슨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있다.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 인플루엔자(독감) 펜데믹 당시 감염 후 약 10년 정도가 지나 다수의 파킨슨증후군 환자가 보고됐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감염자는 비감염자와 비교해 감염 후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파킨슨증후군 발병 위험이 7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9년 연구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가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유독물질·MPTP의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미국 연구팀은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 감염이 파킨슨증후군 위험을 높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SARS-CoV-2 세포 침입시에 사용되는 인간의 ACE2 수용체가 발현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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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서는 중증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양의 SARS-CoV-2가 투여됐고, 감염된 쥐의 80%가 생존했다. 생존한 쥐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회복 38일 후 한쪽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파킨슨증후군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저용량 MPTP가 투여됐고 대조군에는 생리식염수가 투여됐다. MPTP 또는 생리식염수 투여 2주 후 연구팀은 쥐의 뇌를 해부해 도파민을 합성하는 뉴런에 변화가 있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만으로는 뉴런에 영향이 없었지만 회복 후 MPTP를 투여받은 쥐 그룹에서는 파킨슨증후군으로 보이는 뉴런 상실 패턴이 확인됐다. 이 패턴은 과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서 확인된 것과 유사하며,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파킨슨증후군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리처드 스메인(Richard Smeyne) 토머스 제퍼슨대 교수는  "바이러스 자체가 뉴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독소나 세균 등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는 염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대량 방출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이 뉴런을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스메인 교수는 "파킨슨증후군은 드문 질병이며 동물 실험에서 나타난 현상이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코로나19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는 팬데믹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비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보다 저용량의 SARS-CoV-2가 파킨슨증후군 위험에 미칠 영향과 백신 접종이 파킨슨증후군 발병 위험 경감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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