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이 저하되고 컨디션이 무너지기 쉽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와 혈액 속 면역세포 비율을 조사한 최신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젊은 면역세포가 적고 오래된 면역세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면역체계가 저하되는 '면역 노화' 현상은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노화에 따른 건강문제와 백신 반응 둔화 문제 등의 한 요인으로 여겨진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에서 노년학을 연구하는 에릭 클로팩(Eric Klopack) 박사는 나이가 같은 사람이라도 면역 연령이 다른 경우에 주목했다. 이에 USC 연구팀은 50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인 HRS(Health and Retirement Study) 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스트레스가 면역시스템의 노화를 가속화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HRS는 미국 노화 관련 공공 자료로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업 등 인생의 주요 사건 ▲부당한 대우 등의 차별적 경험 ▲경제적 부담과 같은 만성적 스트레스 ▲가족이 생명에 관계된 질병에 걸린 트라우마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한 데이터다. 또 참가자의 혈액 샘플에서 백혈구를 포함한 다양한 면역세포를 측정한 자료도 포함돼 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PNAS

연구팀이 HRS 참가자 5744명을 대상으로 면역세포 수와 스트레스 경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실제로 항원에 노출된 적이 없는 젊은 면역세포인 '비활성 T세포(naive T cells)'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항원과 싸우는 능력을 다 써 염증의 원인이 되는 '후기 분화형 T세포(late differentiated T cells)'가 많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새로운 면역세포가 적고 오래된 면역세포가 많다는 것은 면역체계가 노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클로팩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올바르지 않은 식단과 운동 부족을 제외하면 스트레스와 면역 노화 가속화 사이의 연관성은 약해진다"며 "이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보다 나쁜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요인이 면역 노화를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Pixabay

마찬가지로 면역 노화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CMV: cytomegalovirus) 감염을 제외해도 스트레스와 면역 노화의 관계는 약해졌다.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는 보통 휴면 상태기 때문에 인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비활성 T세포를 많이 투입해야하기 때문에 면역 노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와 면역 노화 사이의 연관성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생활습관 개선과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 백신 개발 등으로 면역 노화를 늦출 가능성이 있지만,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HRS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소년기에 겪은 스트레스 요인이 나이가 들면서 면역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