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빙하서 박테리아 신종 대거 발견…“잠재적 보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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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티베트 고원 빙하 속에서 미지의 미생물을 1000종 가까이 발견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중국 중국과학원과 덴마크·호주 연구진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하고 "기후변화로 인류가 만난 적이 없는 태고의 미생물과 DNA가 깨어나 새로운 팬데믹이 도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Biotechnology(2022.06)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티베트 고원의 빙하 21곳에서 얼음 샘플을 채취해 그 안에 존재하는 DNA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빙하 속에 갇혀 있던 미생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인 'Tibetan Glacier Genome and Gene(TG2G) 카탈로그'를 작성했다. 빙하 속에 있는 미생물군 유전자 배열을 특정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이 빙하 속에서 발견한 미생물은 총 968종이다. 대부분 박테리아지만 그중에는 조류·고세균·진균도 포함되어 있다. 또 968종 가운데 98% 가량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종이다.

연구팀은 "빙하라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이토록 다양한 종이 발견될 수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저온·혹독한 태양방사·주기적인 동결과 융해 사이클, 영양 제한 같은 극단적인 환경조건에도 불구하고 빙하 표층은 다양한 생명을 포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발견된 미생물이 어느 시대의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최대 1만 년 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미생물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선행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작성된 TG2G 카탈로그 중에는 병원성 인자 후보 물질이 2만7000개에 달한다. 이들 병원성 인자의 약 47%가 새로운 종이기 때문에 빙하 속 미생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길이 없다.  

또 미생물 중 일부는 병원성 인자 및 유전자를 '이동성 유전인자(Mobile Genetic Elements·MGEs)'로 인식해, 융해된 빙하 속 미생물이 살아있지 않더라도 현재의 미생물에 이어질 우려가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Biotechnology(2021.04)

특히 티베트 고원 빙하는 중국의 창강이나 황하, 인도 갠지스강 등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지역의 수원으로 흐르고 있어 미래 새로운 팬데믹 발생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실 티베트 고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상에는 세계 육지의 약 10%를 차지하는 빙하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 빙하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2021년 연구에서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어 세계 각지에서 빙하 속에 잠자던 미생물이 해방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미지의 미생물이 가져올 잠재적인 보건 위기 가능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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